대한민국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삶을 형성해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초중고 총 12년의 시간을 수능이라는 경쟁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큰 관문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학교라는 울타리 속 정해진 교육과정을 주입하는 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기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더 빠르게 이 혼돈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서 삶에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스스로의 삶을 개인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자유가 주어지게 된다. 우리의 삶은 이 시기부터 새로운 방황을 하게 된다.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살거나 과정이 아닌 답을 찾기에만 급급했던 우리의 삶이 무언가를 선택해야할 때 혼란스러워진다.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았던 사람 중에 한사람이었다. 조기교육은 아니었지만,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살아야만 하는 과정을 거쳐 그렇게 주어진 데로 살았고, 주입되는 정보들을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대학 시기는 큰 자유가 있었고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잘 활용하지 못했다. 유일하게 내가 어떤 것을 원하는지를 찾아볼 수 있는 시기였지만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 버렸다. 결국 뒤늦은 시기에 그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쳤고, 새로운 공부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이 좋았다. 그러한 시간과 여유가 허락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대학생은 그게 어찌되었든 자신의 길에서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게 된다. 취업도 쉽지 않아 졸업유예를 애써 해가며 나는 아직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처절하게 표현한다. 그리고 취업이 되더라도 자신의 길에서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지만 고민만 하게 될 뿐 새로운 도전을 하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자신을 찾지 못하고 살아간다.

내 삶을 살아가는 데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부모이다. 심리상담을 공부하거나 상담가로 일하는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부모의 영향력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아이가 바뀌려면 그 부모들의 행동이 바뀌어야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례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 부모라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한다. 아주 나약하고 깨어지지 쉬운 존재로서 그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보살핌을 받기위해서라도 갖은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련의 발달과정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인 부모들의 교육관속에서 성장하게 된다.

부모는 고착화된 사회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체득하고 있으며, 성공과 실패의 여부에 따라 인생의 질이 결정된다는 것을 잘 안다. 내 자식이 어렵게 사는 것을 원하는 부모는 아무도 없다. 그러한 부모들의 욕망과 기대는 아이들이 커나가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할 것을 적극적으로 제어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과 같다. 지금의 사회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최근 종영한 스카이캐슬의 인기가 극에 달했었다. 최고 시청률 23.8%, 어째서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왔을까? 나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분노가 일었다. 3대째 서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해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고사하고 살인을 마다하지 않는 사건들이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다. 부모들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며 우리는 스스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은연중에 내 삶의 목표가 누군가의 욕망과 기대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한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서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은 사치로 취급되어질 뿐이다. 주관적인 힘 없이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흔들리는 것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선진국들의 앞서나가는 교육과 양육방식을 선망하기만 한 것은 너무나도 오래된 일인 것 같다. 실제로 나를 찾아가는 배움과 실천의 과정을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안전망과 정서적 이해가 필요하다. 사회시스템의 A급 노예가 아니라 A급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

진로상담문화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