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본사를 둔 해양공공기관인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FIRA)이 2011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 국세청으로부터 40억 원을 추징당했다고 한다. 납세는 국방 교육 근로 공공복리에 적합한 재산권 행사, 환경보전 등과 함께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6대 의무 중 하나다. 국민의 의무 이행을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이 장기간 관행적으로 탈세를 해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자신의 존재를 특권기관으로 착각한 건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FIRA는 수산 자원을 보호·육성하고 어장 관리기술을 연구·개발·보급하기 위해 설립됐다. 바다 숲·바다 목장 조성, 종묘 방류, 총어획량(TAC) 관리 등 사업을 하는데, 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수익사업이 많다. 위탁수수료가 지난해에만 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수부 출신 FIRA 직원들이 조직 설립 초기부터 국세청에 수익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세금이 따른다는 국민개세주의는 상식 중 상식인데, 일반인도 아닌 공공기관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FIRA 관계자는 “행정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헌법적 기본의무를 실수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자격이 없다. 실수라기보다 납세 의무를 뻔히 알면서도 정부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면했을 개연성이 크다. 그래서 FIRA의 회계 업무에 대한 점검은 당연하다.

나아가 인사 등 경영 전반에 대한 감사도 필요하다. 상임이사 선출을 두고 노사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FIRA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에 대한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수뢰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데다 부당노동행위까지 저질렀다는 연유에서다. 기소유예는 피의자의 전과 여부 등을 감안해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무죄를 인정한 게 아니다.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조직의 기강을 확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