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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칼럼] 책임경영과 공정경쟁이 해운 살린다 /정영석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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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4-16 19:40:55
  •  |  본지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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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운·조선산업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한진해운이 청산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세계 3대 조선소가 모두 경영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짚어볼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세계 5위, 수입 9위, GDP 규모 11위의 경제대국이다. 무역 대국을 기반으로 한 충분한 화물을 다루는 해운업이 발달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추었다. 이러한 좋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 해운산업이 붕괴되다시피 한 것을 보면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산업발달 정도에 따라 선원공급시대, 선박회사 경영시대, 해운비즈니스 서비스 제공 시대로 해운산업을 구분한다. 동아시아가 해상물동량의 중심이 되고, 선복량과 지배선대에서 한·중·일이 영국보다 높은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운을 공부하기 위해,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분쟁해결을 위해 영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을 보면 산업적 측면에서 해운은 선박회사 경영시대를 거쳐 해운비즈니스 서비스시대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 우리 해운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왜 우리는 과거 오일쇼크에도, 금융위기에도 해운산업이 무너지고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기를 반복하고 있을까. 한진해운 도산을 계기로 되돌아보면 우리 해운산업은 선박회사 경영시대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선박은 건조 후 30년 이상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번 공급과잉이 일어나면 오랜 기간 그 상태가 유지된다. 해운경영에서 선박 확보 시점과 매각 시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해운위기는 선복공급의 전략적 실패로 초호황기에 장기용선한 용선료가 촉발한 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선박 건조공정이 대폭 단축됐기 때문에 공급과잉도 단기간에 발생하게 되어 더욱 선박수급 조절이 중요하게 되었다. 기업의 책임경영과 정부의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제공과 정책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해운기업은 지나치게 정부 지원에 호소하고,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수습 차원의 단기 정책을 내놓고 호황기에는 확대 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규모에 치중하다 보니 해운정책은 여전히 1984년 해운산업 합리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운산업합리화는 우량기업에 부실기업을 합병함으로써 부실의 덩치를 더 키운 부작용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던 우량기업은 오히려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었다. 1984년 731만 총톤이던 우리나라 상선대는 2017년 4160만 총톤으로 약 6배가 늘어났다. 이런 규모에서 과거 방식으로 해운이 회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냉철한 경기전망과 경영전략이 우선하지 않고 자금지원만으로 생존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무계획적 금융지원은 숨통을 틔우는 효과는 있지만 책임경영에는 악영향을 미치고 시장 왜곡으로 해운산업의 후진성을 지속시킬 뿐이다.
기업경영은 시장에서 판단하게 하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해운거래 기반조성, 자율운항선박을 활용한 스마트 해운, 친환경 선박운항, 해운브로커산업과 금융·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발 등 해운산업의 미래에 정책 투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조업의 기반을 잘 유지하고 수출입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서 해운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면 머지않아 해운은 회복이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 해운이 호황일 때 “호황인데 정부는 왜 세금을 걷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1980년대에 해운산업 지원책으로 내놓은 톤세제도가 경기가 좋을 때 시행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 해운정책은 그동안 세제, 금융, 자금 등 직접 지원에 초점을 맞춰 왔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정책,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은 전략적 경영, 책임경영을 해야 한다.

정부는 독과점을 막고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해야지 부실기업 합병 등 경영에 개입하거나 관치금융으로 산업은행이 주인이 되는 것을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는 당연히 숨 고르기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대비해야 한다. 구조조정 이후 현대상선이 적자를 보는 것이 규모만의 문제인지, 새로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자본잠식하지 않고 잘 운영되고 있는지 한 걸음 뒤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 수출입 물동량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해운재건의 기반이 유지되고, 안정적으로 건실하게 운영해오던 해운기업이 존중받고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 공정하고 편안한 기업환경을 정책이 뒷받침할 일이다.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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