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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아파트 ‘청세권’이 뜬다 /최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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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5-01 19:29:2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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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아파트는 삶의 터전인 동시에 재산 가치로 인식된다.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아파트 소유자의 최대 관심거리다. 그동안 아파트는 자리가 좋아야 가격이 올랐다. 좋은 자리에 있는 아파트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도 가격은 하락하지 않았다.

입지에 있어 최고는 단연 역세권이다. 교통이 편리한 곳일수록 아파트의 가치가 크다. 지금도 이는 유효하다. 건설업체는 역세권 대지를 최고의 땅으로 여긴다. 아파트 주변에 좋은 학교나 학원이 있는 것도 아파트의 가치를 높인다. 초중등학교가 가까이 있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다면 더없이 좋다고 본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대치동 학원가 주변 아파트값이 비싼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른바 ‘학(學)세권’이다. 쇼핑공간이 가까운 곳도 아파트를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다. 백화점·대형마트·전통시장이 가까우면 아파트 가치가 올라간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공기청정지역인 ‘청(淸)세권’이 추가됐다. 미세먼지가 재해로 인식되면서 나온 개념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옅은 곳이 살기 좋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건설사는 ‘숲세권’을 강조한다. 아파트 단지 옆에 숲이 있으면 아무래도 공기가 좋다. 나무가 미세먼지를 흡수해 다른 지역보다 농도가 낮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보면 나무 한 그루가 연간 미세먼지 35.7g을 흡수한다. 1㏊ 면적의 숲은 연간 미세먼지 46㎏을 흡착한다고 한다. 나무는 이처럼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숲세권이 아닌 도심에 위치한 아파트라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장치와 시설을 갖추는 추세다. 한 대형 건설사는 공동 현관에 ‘에어 샤워 부스’를 설치한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한다. 사람이 들어가면 강력한 압축 공기가 분사돼 의류에 묻은 오염 물질과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가구별 아파트 현관에는 흡입 장치를 사용해 거실에 들어오기 전 한 번 더 미세먼지를 없앤다. 어린이놀이터에는 물 입자를 공기에 분사해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미스트 분사기’를 설치한다.

이처럼 아파트 인근에 숲이 있거나 미세먼지 제거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미세먼지 청정지역이 되는 게 중요하다. 공기는 특성상 넓은 지역에 분포하므로 좁은 지역에 숲이 있다고 한들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애초 미세먼지 농도가 낮고 발생 횟수가 적은 곳이라야 한다. 한국환경공단(에어코리아)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세먼지 경보가 총 38회 발령됐는데 부산은 1회에 그쳤다. 경기와 전북이 4회 발령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주의보 발령일수 역시 6일로 전북(25일) 강원(17일) 경기(16일)와 비교된다. 2015~2017년 해마다 전국에 3일 또는 4일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으나 부산은 하루도 발령되지 않았다. 사실 부산에 살면 이곳이 다른 지역 도시보다 공기가 청정하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수도권에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것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공장 자동차 사람이 많은 영향 때문이지만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무시하지 못한다. 수도권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동쪽인 부산은 자체 발생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소백산맥이 중국과 서부지역에서 밀려드는 미세먼지를 막아준다. 무엇보다 이 소백산맥과도 멀리 떨어져 있으니 부산이야말로 지리적으로 중국과 한반도 서쪽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부산시 고위 공무원을 만나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부모가 산다는 강릉지역의 집값이 미세먼지 영향으로 최근 수십 년 만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강릉지역은 대관령이 수도권에서 몰려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해준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2017년 1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경강선 KTX가 개통된 영향도 있을 것이다. 각종 부동산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새 강릉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침체에 빠진 지역 부동산시장에 미세먼지 청정지역 카드를 꺼내 보는 건 어떨까. 깨끗한 공기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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