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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조국이 지은 죄 /김갑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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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8-28 19:14:04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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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실을 다 알 수는 없으나 확실히 증언할 수 있는 것이 내게도 있다. 난리가 벌어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입시 의혹에 대해서다. 그 딸보다 2년 아래인 내 아들도 거의 똑같은 준비과정을 거쳐 수시전형을 통해 이른바 SKY 대학에 진학했다.

내 아들의 경우 입학사정관에게 제출한 학생부 스펙 목록만 6쪽에 달했다. 단지 목록만으로 말이다. 정말 많은 경시대회 수상, 각 기관 주최의 토론회, 모의국회, 소논문, 봉사활동, 토플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영어능력시험 성적 등등….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스펙은 어차피 효용이 없는 터라 난도 높은 스펙을 획득하는 데 그야말로 필사적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당시 누구에게도 그 고충을 하소연할 수는 없었다. 웬만큼 성적이 되는 아이라면 다 그러했으니까.

그게 불과 8, 9년 전 일인데 사람들은 전부 까먹었나 보다. 시험도 안 치르고 특혜로 대학 들어갔다고 하니…. 내신성적 때문에 피가 마르는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는데 시험을 안 보았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아예 수시제도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말인가. 서울대 교수 자녀라고 입시에 특혜를 받을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는 건가. 곧장 해외대학으로 진학할 계획이 있는 유학반 학생들이 팔자에 없는 소논문 작성을 위해 별별 과제를 다 수행한다는 것도 경험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 역시 아니다. 문제는 제도에 있었다. 거의 아내가 전담한 내 아이 입시 과정을 지켜보면서 탄식이 일었다. 대체 부모의 뒷받침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입시를 치르라는 말인가. 일단 정보력이 중요했다. 아내는 퇴근 후 하루도 쉬지 않고 ‘○○ 안달부르스’라는 입시정보 학부모 카페에 참여했다. 무얼 대비해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 연일 토론과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매우 요긴했다. 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는 부모들은 어찌해야 하겠는가. 또 하나는 비용의 문제였다. 각종 어학능력시험, 경시대회, 모의국회나 UN 활동 등등 모든 것이 만만찮은 비용이 들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다면 사실 그런 스펙을 쌓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사회적 분노는 공정성에 대한 의문, 위선에 대한 배신감으로 집약될 것 같다. 그토록 정의로운 사회를 부르짖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혜택도 포기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요구다. 이는 조 후보자나 나나 침묵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아이의 경시대회 수상을 기뻐만 했지 별로 죄스러워한 기억이 없다. 여의도 국회 별관에서 3일간 벌어진 모의국회에 참여했을 때 꽤나 힘겨웠던 과정을 대견해했지, 참여조차 못 하는 학생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았다.

조 후보자를 사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사회적 발언과 행적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철저하게 몸가짐과 주변 관리를 해야 했을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하물며 나 정도로 활동하는 사람조차 단 한 번도 어디 투자를 하거나 소소한 청탁을 해본 일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하고 또 조심해도 공직자 처신에 대한 기준은 높아만 간다.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되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할 것이다. 일단 범법이나 교묘한 탈법이 있었다면 더는 말할 것이 없다. 앞으로 소소한 과거 행적으로 공직 진출을 못할 사람은 더 많아질 것이다. 반면, 범법도 비리도 없지만 정서적 거부감이 드는 인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조 후보자의 케이스다. 집안 좋고 재산 많고 자녀 교육조차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성공했다. 그런 인물이 정의롭고 공정한 세상을 외친다. 우리 사회가 그렇게 소위 ‘얄미운’ 사람을 리더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한 주일 동안 조 후보자에 대해 쏟아진 뉴스가 1만 건을 넘는다. 태반은 가짜뉴스거나 악의적 왜곡으로 판명날 게 틀림없다. 지금 이 시점은 어떤 여배우의 스폰서를 했다는 고약한 폭로가 포털을 달구고 있다. 그건 지난 정부 시절 정보기관의 요주의 인물에 대한 사찰 능력을 우습게 본 것이다. 아마 또 하나의 가짜뉴스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하여간 조국 사태는 정서적 박탈감과 거부감을 안겨주는 이른바 ‘잘난 인물’이 공직자가 될지 시금석이 될 터이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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