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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벌침 속 어떤 독이 통증 유발할까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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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9 19:39:3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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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는 성묘를 가서 벌초를 하고 주위를 정돈하기도 한다. 이때 성묘상에 차려놓은 과일 향기를 맡고 불청객들이 날아온다. 한번은 필자가 배를 깎다가 벌에 쏘인 적이 있다. 벌침에 쏘여 봤다면 그 아픔을 알 것이다. 왜 아프고, 붓고, 가려울까? 벌의 침에는 독 성분이 있는데, 주로 아민 계열의 물질, 펩타이드 및 효소를 포함한다. 아민 성분으로는 히스타민, 세로토닌 등이 있다. 그중에서 세로토닌이 최고의 아픔을 주는 역할을 한다. 펩타이드 및 효소 성분으로는 마스토파란(Mastoparan) 멜리틴(Mellitin) 인지질분해효소(Phospholipase) 등이 있다. 이들 성분이 체내에서 통증, 부음, 가려움증 및 다양한 작용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면, 생체 내의 비만세포(Mast cell)에 작용하여 세포 안에 존재한 히스타민을 방출시킨다. 이 히스타민이 가려움증을 유발시키는 물질이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가려운 것도 바로 히스타민 때문이다.

벌은 자신이 위협을 받는다고 느낄 때 자신과 벌집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책으로 독침을 사용한다. 달콤한 과일 향기를 맡고 다가오는 벌을 내치거나, 큰 소리를 내거나 하는 격한 행동은 오히려 벌을 자극한다. 벌은 색맹이지만, 검은색과 진한 색을 노리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당황하지 않고 일단 머리를 숨기고, 자세를 낮게 해야 한다. 벌은 침을 쏘는 행위 이외에도 주변에 독액을 내뿜는다. 이 독액에 있는 ‘페르몬’ 성분은 주위의 벌들을 모으기도 하고 적에게 함께 공격하라는 신호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모든 벌은 사람을 쏘는 것일까? 벌은 형태학적으로 사람의 허리에 해당하는 부위가 밋밋한 것과 잘록하게 생긴 형태로 분류된다. 허리부분이 일자형인 ‘광요아목(廣腰亞目)’의 벌은 가슴 부위와 배 부위가 같은 너비로 되어 있다. 이 벌은 독침이 없고, 쏘지 않는다. ‘세요아목(細腰亞目)’의 벌은 가슴과 배 사이가 잘록해서 배 부위의 운동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이 녀석들이 사람을 쏘는 벌이며, 말벌 및 꿀벌 등이 있다. 벌은 암컷이 독침을 지니고 있는데 벌의 산란관 또는 그것이 변형된 것이 침이다. 침을 산란관으로 사용하는 벌은 사람을 거의 쏘지 않는다. 꿀벌은 한 번 상대방을 찌르면 침을 발사할 때 내장이 끊어져 죽는다. 하지만 말벌은 여러 번 찌르는 것이 가능하다. 간혹 죽어가는 벌이나 죽은 직후의 벌도 복부를 자극하면 독침이 작동할 때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일단 벌에 쏘이면 독을 약하게 하기 위해 물로 씻어야 한다. 벌 독 성분이 수용성이기 때문이다. 그 후 침을 제거하고 피와 함께 독을 짜 내야 한다. 이때 독을 입으로 빨아내는 것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독이 체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벌에 쏘인 후 증상이 심하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말벌(Vespa basalis)과 꿀벌(Apis mellifera)의 독에서 각각 발견된 ‘마스토파란’과 ‘멜리틴’은 항균성 펩타이드로도 잘 알려진 화합물이다. 이들 물질은 친수성 아미노산 영역과 소수성 아미노산 영역이 분리된 나선형의 양친매성(Amphiphilic)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이 양친매성 구조가 세균의 세포막에 직접 작용하여, 막을 파괴하고 그 결과 세균을 죽인다. 또한 꿀벌의 림프액에서도 항균물질인 아피데신(Apidaecin)이 발견되어 펩타이드성 항생제 개발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마스토파란’과 ‘멜리틴’은 양친매성 구조를 취한다. 이런 구조의 형성은 다양한 세균에 대해 항균활성을 극대화시키는 협동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화합물의 양친매성 구조처럼 양분화되어 있지만, 협력보다는 자신들의 방향으로만 목소리를 높인다. 사회 역시 ‘마스토파란’과 ‘멜리틴’의 구조처럼 구성원들의 이익을 최대화시키는 협동시스템이 필요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이 있다. 서로 소통하며, 여유로움과 온정, 풍요로움을 나눈다는 표현이다. 가을 장마로 인해 더위도 가시고 선선하고 풍성한 추석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도 항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추석의 보름달처럼 서로 간에 풍성하고, 원만하고, 화합하기를 기대해 본다.

부경대 생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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