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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이제 실종정치 복원할 때 /김경국

대립·분노의 광장정치, 광장에 기댄 무능정치

NO 못 하는 靑참모진, 경제추락에 서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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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조국 한 사람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였던 기간이다. ‘공정성’ 논란에서 촉발된 ‘조국 사태’는 민심을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양분했고, 반목과 대립 그리고 분노가 이글거리는 ‘광장정치’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끝날 것 같았던 광장정치는 지난 주말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재개됐다. ‘적군(敵軍) 타도’를 외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광장정치가 정당정치를 삼켜버렸다. 주말마다 광장에서는 정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청와대나 여야 할 것 없이 무능한 정치는 광장에 기대고 있다. 국회에서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오직 ‘정면돌파’만 있을 뿐이다. 여야가 서로를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는 라이벌이 아니라, 타도해야할 적군으로 생각한 지 오래다.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란 이분법적 논리로, 모든 것을 ‘숫자’로만 해결하려 한다. 내년 총선이라는 고지 점령을 위해 적군을 향해 총질을 해대느라 민생은 실종된 지 오래다. 고지를 점령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 태세다. 절대적인 피아(彼我) 식별이 바로 ‘광장정치’의 자양분이다. 광장정치가 과열되면 분열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제부터는 ‘정치의 시간’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조정능력이 그만큼 절실한 때이다. 실종된 정치를 복원시켜야 한다. 국정운영을 책임진 대통령과 여당이 앞장서야 한다. 따지고 보면 국민을 양쪽 광장으로 내몬 책임은 ‘조국만이 검찰개혁을 할 수 있다’고 고집한 대통령에게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 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 진영의 대통령이 아니지 않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저는 원칙에는 매우 까다롭게 매달리지만, 통합을 위해서라면 다른 어떤 가치라도 희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기도 한 문재인 대통령이 좀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양 갈래로 갈라진 민심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여야 정치권이 손잡도록 나서야 한다. 국론이 분열되면 검찰개혁도 경제회생도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분열의 정치, 증오의 정치를 종식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달 10일이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게 된다. 정상을 지나 하산길에 접어든다는 말이다. 그때부터 ‘대통령의 시간’은 더욱 빨라질 것이다. 업적을 남길 시간은 자꾸만 줄어드는데, 여야가 극한대립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타개하지 않고는 할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반대 진영의 목소리에도 충실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듣지 못한다면 참모들이 나서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 참모들이 보이지 않는다. ‘NO’라고 말한 청와대 참모가 있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 지시에 이견을 제시하는 것은 참모의 의무”라고 독려했으나 그럴 용기를 가진 참모는 보이지 않는다. 굽힐 줄 모르는 ‘직간(直諫)’으로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끈 당 태종의 현신(賢臣) 위징까지는 아니더라도, 전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일조차 대통령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참모가 보이지 않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결국은 대통령이 사과하도록 만들었음에도 책임지겠다는 참모는 한 사람도 없다.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는 ‘쓴소리 수석’을 임명해서, 혹독한 쓴소리를 경청하면서 임기 후반을 시작하면 어떨까.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눈치 보기와 총선 표 계산에만 급급하다. 두 달 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조국이 사퇴하고, 대통령이 유감을 표시했음에도 여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 ‘대통령 뜻대로 했으니 대통령이 책임져라’는 말인가.

더 한심한 것은 ‘조국 감싸기’에 나선 여당 지도부다. “비이성적 공세를 묵묵히 견디며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식이다. ‘내로남불과 불공정의 대명사’가 되다시피한 조국에 대한 영웅 만들기에 급급하다. 조국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피해자’로 묘사하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까. 오죽 답답했으면 여당 중진의원이 “후안무치한 인간뿐이니 뭐가 달라지겠는가. 책임을 통감하는 자가 단 1명도 없다”고 통탄했겠나.

그러는 사이 경제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수준인 1.25%까지 인하했다. 올해 성장 전망치는 1%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수두룩할 정도로 경제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 게다가 상황을 살펴가면서 금리를 더 내릴 수도 있다는 뉘앙스도 풍긴다. 최악을 대비하란 말인 것 같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고장난 녹음기처럼 “한국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한다. 민초들은 “죽겠다”고 아우성치는데….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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