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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도청도설] 류현진 등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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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등번호’로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예컨대, 야구 쪽으로 잠시 외도했다가 1995년 코트에 복귀했을 때 그는 프로야구 선수 기간의 45번을 등록해 썼다. 그런데 기량이 예전만 못해 실망감을 줬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2차전부터는 확 달라졌다. 원래 등번호인 23번을 달고 나온 조던은 신들린 듯 38점을 꽂아 넣고 팀에 승리를 안겼다. 등번호가 마치 그의 전성기를 되찾아준 듯이 보였다. 이에 ‘23번 매직’이란 말이 회자됐다.

   
운동 경기에서 등번호(백넘버)는 옛날 육상·마라톤 선수들이 달았던 ‘제킨(zeichen) 넘버’에서 유래했다는 게 통설이다. 제킨은 번호를 붙이는 천을 뜻하는데,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육상 선수들을 식별하는 방편의 하나로 이를 이용하면서 등번호가 본격 시작된 걸로 전해진다. 야구 본고장인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는 1929년 뉴욕 양키스팀이 시초 격이다. 관중과 팬들이 선수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등번호를 그 당시 처음 도입한 이래 다른 팀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14번’이 명성을 날렸다. 1960년대 중반 여자농구의 박신자, 야구의 유백만 등이 그들이다. 축구의 이회택은 14번으로 바꿨다가 11번으로 되돌아갔다. 프로야구 롯데 시절의 공필성은 성씨인 공에서 따온 ‘0번’을 달았고, 옛 현대팀의 강타자 김경기는 ‘00번’으로 뛰었다. 또 고려대 야구팀에서는 18번이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선동렬, 박노준, 이상훈, 김동주 같은 최고 스타들이 그 번호를 대물림해서다.

메이저리그의 류현진이 새 소속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도 99번을 그대로 달고 던진다는 소식이다. 2006년 한국에서 프로 데뷔한 후 줄곧 사용해 온 것이니 애착이 클 수밖에 없다. 1977년 창단한 블루제이스에서도 99번은 류현진이 최초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게다가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99번이 아주 특별한 숫자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이자 캐나다의 살아 있는 전설인 웨인 그레츠키의 현역 때 등번호가 99번이어서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서 유일하게 전 구단 대상의 ‘영구 결번’으로 지정된 게 99번이란 점이 그의 위상을 웅변해 준다.

내년 시즌의 또 다른 흥밋거리는 토론토와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인 양키스의 간판타자 에런 저지와의 투타 맞대결이다. 공교롭게도 그 역시 같은 등번호를 쓰고 있으니, 99번 선수끼리 벌이는 창과 방패 싸움이 볼 만하겠다. 그 장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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