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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6 19:54:2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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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만 명의 아이가 한 해 전보다 덜 태어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전 총재는 이 현상을 보고 한국을 ‘집단자살사회’라고 했다. 한국은 천재지변·전쟁 같은 극한 상황이 아님에도 해마다 전년 대비 2만~5만 명씩이나 태어나지 않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저출산 국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합계출산율 1.7 이하를 저출산으로 본다. 2.1이라야 인구가 유지되지만 인구의 완만한 감소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기에 합계출산율 1.7을 인구 위기의 기준선으로 삼는다.
그림 서상균

한국은 이미 1985년 합계출산율이 1.66이었다. 35년 전부터 저출산 기준선인 1.7 아래로 떨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합계출산율은 OECD 초저출산 기준선인 1.3 미만을 유지했다. 심지어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까지 추락했고, 2019년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1959년생부터 1972년생까지 14년 동안에는 해마다 100만 명 넘게 출생했다. 그런데 2018년엔 32만7000명만 출생했고, 2019년 출생아는 30만 명 안팎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지속적 (초)저출산으로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가 되고 말았다.

향후 매년 평균 35만 명이나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한다. 2025년엔 43만 명이나 감소할 예정이다. 10년 지나면 생산연령인구가 350만 명 줄어든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복지 체제의 지속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복지 체제의 거대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그런데 ‘지방’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2018년 지역별 인구의 자연증가(출생아 - 사망자) 현황을 보면, 17개 시·도 중 8곳에서 인구의 자연감소를 보였다.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은 경북이고, 전남 전북 강원 부산 경남 충남 충북 순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광역시는 모두 인구의 자연증가를 기록했다.

수도권과 지역 거점 광역시를 중심으로 인구의 자연증가를 기록하고 경제사회적 인구 이동이 계속되면 지역은 소멸한다. 시간문제일 뿐인데, 불행하게도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현황’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의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를 1737명 차이로 앞섰다. 서울·경기·인천 거주자가 사상 처음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다. 1970년 28.3%이던 수도권 인구의 비중은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10년 49.2%로 상승했다. 노무현 정부가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과 혁신도시·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0.22%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후속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지난해 말 50%를 넘어섰다. 수도권은 지방 최대 거점인 부산·울산·경남 벨트의 인구마저 급속히 빨아들였다. 이대로 가면 수도권 이외 지역의 쇠락은 가속화할 것이다.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가 부족해지자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강화됐다. 대학 교육과 함께 복지·정보·문화의 격차도 중요한 이유다. 이렇게 지역 인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 지역은 후퇴하고, 이는 다시 인구의 유출로 이어진다. 지역 소멸로 가는 악순환이다. 머지않아 한국은 인구의 자연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대한 인구 위기로 지속 가능성을 상실하게 된다.

인구 위기를 선포해 출산율을 높이고 수도권 집중을 막아야 한다. 국민행복의 복지국가라는 희망을 공유하고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면 된다. ‘지역이 행복한 역동적 복지국가’가 그것이다. 이는 정부의 역할이다.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지방자치단체)는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환골탈태의 개혁이 아니라면 우리 사회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지역이 살아나는 국민행복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국가 차원의 기획 속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이는 인구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정치의 책무이자 깨어 있는 시민의 요구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복지대타협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인구 위기를 돌파해야 할 적절한 시점에 이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지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업무를 전달하는 데 역량 대부분을 소비한다. 그 결과 지역경제 발전,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지역 밀착형 복지서비스 제공이라는 지방정부 본연의 업무를 자율성·책임성·공공성 원칙 아래 제대로 추진하는 데 큰 한계를 드러낸다. 그러니 지방정부가 매력적이고 살기 좋은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실패하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수도권과 거점 대도시로 이동한다. 지금 우리에겐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복지국가 대타협이 절실하다. 첫째,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의 비중을 현재의 10.5%에서 OECD 평균인 22%까지 선제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 노력으로 일자리를 중심으로 경제와 복지를 유기적으로 통합시켜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는 소득보장을 위해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고 사회수당의 내실을 확충해야 한다. 넷째, 사회수당인 아동수당·장애인연금·기초연금의 소요 재정 전부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다섯째, 중앙정부는 4대 사회서비스(보육·교육·의료·요양)의 실질적 보편주의를 확립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 수준을 강화해야 하는 바, 단계적으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는 재정 전부를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지역성과 현장성이 강한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지방정부가 맡도록 한다. 여섯째, 지방정부는 지역성과 현장 밀착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복지 사업을 펼치되 사회서비스 제공 체계를 획기적으로 확충한다. 즉 지방정부는 일자리 중심으로 경제·복지가 통합된 포용적 발전 모델(지역 혁신경제, 고용 투자, 사회적 경제, 사회서비스, 커뮤니티 케어 등)을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지역의 경제·복지가 살아나야 인구 위기가 극복된다.

제주대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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