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라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는 별의별 콘텐츠가 다 있다. 그중에는 누가 무슨 정성으로 이런 것까지 만들었나 싶은 내용도 많은데, 거기에 또 누군가는 댓글을 남긴다. 이런 댓글 중에 눈길이 가는 게 있으니, 이걸 왜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잘 보고 간다는 소감이 그것이다. 자신의 기호와 무관한 듯한 내용을 이유도 모른 채 시간을 내 지켜본다. ‘이젠 자야지’ 하다가도 추천영상에 솔깃한 순간 어느새 영상에 넋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도 여기에 포함된 한 명인지라 쑥스럽지만, 이 사이트의 위력이 개인의 의지보다 얼마나 강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우리의 자세가 수동적인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 너무도 유혹적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추천영상, 관련 영상이 밀려들고, 디바이스를 끄지 않는 이상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 이용자의 행적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란 위력적이다. 왜 보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자신의 시간을 그들에게 기꺼이 공여한다.

이런 자동적 반응을 두고 어떤 이는 알고리즘신(神)이라고도 하고, 회사명을 빌려 ‘구글신(神)’이라고도 한다. ‘추천’과 ‘관련’이 노출된 이유가 분명 있을 테지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으며, 그럼에도 결국 그걸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찜찜하기도 하다. 종교의 신과 다르게 알고리즘신은 분명 인간이 만든 기계적 논리이며, 이 모든 일이 상업적 목적에 따른 것일진대, 인간이 이에 굴복한 것 같아 그렇다.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 믿은 일의 동기와 과정이 불투명할 때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이용자뿐만 아니라 광고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광고료가 계좌에 꽂히지만 어떻게 해서 이 금액이 나왔는지는 정확하게 설명 듣지 못한다. 자신의 어떤 노력이 수익으로 연결된 것인지 모른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광고료 수입을 높여준다는 노하우, 혹은 꼼수를 알려주는 콘텐츠도 등장했다. 물론 알고리즘신의 뜻을 추측하는 게 전부인지라 한계는 분명하다. 내부 구조가 명확하지 않으니 도통 답답하고 불안하다. 추천도 그렇거니와 경고와 차단의 경우도 이를 알 수 없으니 어쩔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저 신의 뜻을 짐작해서 재편집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 사람이 만든 것인데 말이다. 이젠 개발자나 관리자도 자동화에 개입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풍문도 있는데, 이는 분명 낭설이다. 돈 버는 일이 그렇게 허술하지는 않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난생처음 스마트폰을 장만한 덕분에 일상에서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사용법은 차치하고 가장 큰 곤란은 기기의 설정 문제이다. 앱을 실행하면서 내 정보를 어디까지 열어놓아야 하는지 몰라 불안하다. 설정을 전부 켜 놓고 신경 끄자니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유출된다고 딱히 잃을 건 별로 없는 처지이지만 내 정보를 함부로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쓰이는지는 모르지만 내 정보가 유용한 재화로 가공된다는 것쯤은 안다. 상담만 받아도 선물을 준다하고 몇 가지 항목만 동의하면 적립금을 준다는 광고는 흔하다. 이 정보가 어딘가로 흘러들어 알고리즘신의 근원이 되는 것 아닌가.

인터넷 세상의 패자(覇者)들은 내 정체성을 꿰뚫고 있지만 막상 나는 내 정보가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 알지 못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정보의 비대칭이 불안하기 그지없는데, 사람들은 담대해 보인다. 편리함과 불안을 맞바꾼 결과일 것이다. 최근 데이터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편리함 너머에 알고리즘신이 있다는 점을 알지만 오디세우스같은 초인적인 힘으로 불안을 감내하는 것 말고는 그 유혹을 견딜 방도는 없어 보인다.

편익을 위한 법이 만들어졌으니, 이제는 개인정보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둘 방편도 있으면 좋겠다. 적어도 어떤 정보가 전달되는지와 이를 거부할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다. 지금도 어딘가에 나와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찾아 읽을 수 없게 해놓았다. 제발 눈에 잘 띄게라도 해주기를 바란다. 이 정도도 안 들어주면 알고리즘신이란 말은 농담이 아니다.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