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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수의 그림산책]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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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2-04 19:46:15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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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사에서 화가들이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그린 것 중 하나가 선승 ‘달마(達摩)’이다. 이런 현상은 조선 시대 화원에서 시작하여 현대 화가들에게까지 이어져왔다. 특히 조선 시대 연담(蓮潭) 김명국(金明國, 1600~?)과 설탄(雪灘) 한시각(韓時覺, 1621~1691)의 달마도는 매우 뛰어나 신령스러운 그림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그 명성이 일본에까지 널리 알려졌는데, 선묘로만 이루어진 독특한 화법은 일본 선화(禪畵)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조선 화가 심사정의 ‘절로도해도’.
이러한 달마 그림은 현재(玄齋) 심사정(沈師正, 1707~1769)과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45 ~ 1806) 등 조선 후기 화원들에 이르러 선묘와 채색이 어우러져 회화로서 완전한 모습을 갖춘다. 이들은 주로 달마가 갈대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모습인 ‘절로도해도(折蘆渡海圖)’를 주로 그렸다. 이 그림은 달마가 양무제(梁武帝)와 짧은 문답을 나눈 후 갈대를 꺾어 타고 양자강을 건너 소림사로 들어간 고사를 그린 것이다. 본래 강물이나 내용을 더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바다로 표현하였다.

심사정의 ‘절로도해도’는 그림 양식과 솜씨 면에서 단연 조선 시대 달마 그림을 대표한다. 이 그림은 손가락으로 그린 ‘지두화(指頭畵)’인데, 붓으로 그린 것보다도 더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화면 가득히 거친 파도 너울이 일렁이고, 그 위에 달마가 한 줄기 갈대를 타고 물을 건너고 있다. 거친 필치의 파도는 위태로운데, 달마는 맨발로 편안히 서 있다. 이는 마치 다난한 세파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살고 싶은 조선 선비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하다.

달마 선사는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面壁) 수행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밖에도 달마와 관련된 신비한 많은 이야기가 전한다. 모두 선승인 달마의 능력에 빗대 후대인이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이와 비슷하게 근현대 들어 달마 그림에 수맥(水脈)을 차단하는 신통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러한 믿음으로 집에 달마 그림을 거는 유행이 생겼다. 오로지 선만을 수행한 달마의 모습이 중생의 기복을 위해 활용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우습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많은 어려움이 거듭되었다는 뜻이다.

   
근래 한국 사회에 많은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때 또다시 달마 그림 등에 어떤 또 다른 능력이 있다는 소문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 일은 한갓 그림 속 인물의 신통력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다. 세상이 어려울수록 인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세상이 이루어질 때 인간 삶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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