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해당 가구는 약 1400만 가구이며 지급 규모는 9조10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저소득계층과 영세사업자의 4대 보험료와 전기요금을 감면 또는 납부유예키로 했다. 재난과 관련해 전체 가구의 70%에 긴급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지금의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정부의 상황 인식이 읽힌다.

이처럼 상황이 절박하다는 점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었다. 다만 재정 여건 등 여러 사안을 감안해 지원 대상과 금액을 어느 정도로 할지 갑론을박이 있었다. 그간 민주당에서는 소득 하위 70~80%에 1인당 5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전체 가구의 50%에 가구당 100만 원(4인 가구 기준)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 정부 대책은 재정 건전성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목적이 소득 지원, 소비 진작, 국민 위로의 표현 등 3가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득 지원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경제를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는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지원금을 소비쿠폰, 전자화폐, 지역 상품권 등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현금으로 지급하면 예금이나 다른 지불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경기 부양에 별다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관건은 하루빨리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에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는 2차 추경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정치권도 신속히 처리해 제대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이번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상황에 따라 추가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