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결국 총선용으로 전락할 조짐이다. 여야 정치권은 일제히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전 국민 1인당 50만 원 지급’ 방안을 제시했다. 민생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온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의 주장에 깔린 의도다. 여야는 정부의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빠지는 탈락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경쟁하듯 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세금으로 사실상의 득표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4인 가구 기준 100만 원을 주겠다는 정부 방안은 손바닥 뒤집듯 번복될 판이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타격받는 중하위층을 긴급 지원하려는 정책이다. 선거 유불리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정책 시행에는 막대한 정부 재정이 투입된다. 통합당의 제안대로 지급하려면 25조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정부가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마련한 추가경정예산안 9조 원보다 16조 원이나 많다. 민주당 주장도 막대한 재원이 요구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물론 코로나19가 발생시킨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이 정책 결정에 최우선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당장 버티기 힘겨운 계층에게는 한시라도 빨리 지원금을 투입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처럼 표를 의식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더욱이 10년 만에 최악을 찍은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재정 적자 규모가 43조8000억 원이나 늘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벌써 두 차례 추경을 편성해 지표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재정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여야와 심도 있는 논의를 하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현실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 역시 선심성 경쟁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