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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왜 ‘하이브리드 학교’가 꼭 필요한가 /김대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5-03 19:34:2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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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면, 가끔씩 집 앞 동래읍성에 오른다. 동래읍성에는 부산 3·1 독립기념탑과 북장대 사이 제법 큰 공터가 있는데, 온라인 개학을 하기 전까지는 거기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열대여섯 명이 무리 지어 놀곤 했다. 그들을 한참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놀이에서도 리더가 있고, 그들 사이에 규칙이 있으며,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도 일어나고 있었다.

“감독과 공식적인 교육이 없어도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스스로 또는 서로를 가르칠 수 있다”고 한 수가타 미트라 교수의 말을 구태여 여기 갖다 붙이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모든 학교가 문을 닫아 생겨난 속앓이 때문이었으리라.

코로나19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초·중등학교 문을 닫고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교령을 내렸다. 이러한 조치에 따른 학습 공백을 메꾸는 방법으로 원격수업을 도입했고, 많은 교육업체는 재빨리 학습관리시스템(LMS)을 웹 기반 클라우드 형식으로 무장해 공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도 급히 훈령을 고쳐 원격수업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원격수업 유형을 실시간 쌍방향, 콘텐츠 활용 중심, 과제 수행 중심 등으로 제시해 이러한 LMS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대학에서는 이전부터 거의 모든 학교가 LMS를 운영해 왔고, 올해는 이를 재택수업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대학생 설문조사를 공개하면서 응답자의 99%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원격수업이 진행되자 강의 질이 떨어지고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그렇다면 초보적 LMS조차도 갖추지 못한, 브릭 앤 모르타르(brick-and-mortar·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 실재하는 공간) 틀 안에서만 운영 해왔던 그 많은 초·중등학교는 어떠할까?

여기서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오늘날의 학교란 무엇인가? 존 테일러 게토는 1819년 프로이센에 세워진 학교를 현대 학교의 효시로 보면서 그런 학교들의 비전을 정리하면 ‘말 잘 듣는 사람을 대량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봤다. 이 상태로 200년 넘게 큰 변화 없이 유지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이 오늘날 창의융합형 인재를 키운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인재상과 일치하는가?

그동안 교육이론의 주류는 사회를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탈학교 사회(Deschooling society)’를 저술한 이반 일리히 등 급진적 교육사상가 입장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한 지금은 사회가 오히려 우리에게 급진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는 ‘어제와 같은 오늘’로써는 살아갈 수 없다. 오래 지속되어 온, 어쩌면 군대를 닮은, 또 어떤 학생은 감옥이라고까지 하는 학교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은 엄중한 오늘의 지상명령이 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학교 모습은? 그것은 학생과 학부모가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옵션을 갖춘 온·오프 플랫폼으로서 학교이다. 이러한 플랫폼 구축에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인공지능(AI), 증강·가상현실(AR·VR), 사물인터넷(IoT) 등과 잘 결합해 이용하는 에듀테크(EduTech)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해 ‘AI기반 교육 가이드북’을 펴내 AI기반 플랫폼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고 학교현장에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향후 학교 모습을 바꾸어 가는데 초석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힘들었지만 소중한 경험들을 쌓았다. 이러한 경험을 개학과 동시에 소멸시킬 것이 아니라 진보된 학교 체제를 갖추어가는 추진동력이 되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에 새로운 전기모터를 장착해 효율을 높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오프라인의 공동체 학습과 온라인의 개별화 학습을 2개 엔진으로 하여 다양한 학습경험으로 창의력을 키워가는, 온·오프라인이 유연하게 결합해 어떠한 사태에서도 더는 속앓이 없이 학생을 지원하는 하이브리드(hybrid) 학교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인·전 충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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