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월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있다. 2020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간 이 시점에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때문에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스포츠계도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여름의 스포츠인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지난달 시즌을 개막해 무관중으로나마 경기를 치른다. 아마추어 고교 야구도 이달 들어서야 대회를 열고 있다.

이들 종목과는 또 달리, 실내 스포츠는 더욱 짙은 코로나19의 그늘에 있다. 실내에서 경기를 열 경우, 여러 가지 감염의 위험 요소가 있기에 대회 개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겨울철 실내 스포츠의 대표 격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에 시즌을 중도에 종료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는 애초 지난 3월 개최로 일정이 잡혀있었지만,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6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가 다시 9월, 연말로 미룬 끝에 아예 내년으로 시기를 미뤘다.

탁구계 최고의 대회인 세계선수권에 맞춰 열심히 준비해온 선수들은 대회가 기약 없이 늦춰지는 중에도 묵묵히 훈련에만 매진하고 있다. 대개 선수들은 대회의 일정에 맞춰 훈련 계획을 세심하게 짜고 몸 상태도 대회에 맞춰 끌어올린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지 않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경기가 없는 시즌에 다른 팀의 선수들과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서로 조심하며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 왕래도 자제하기에 훈련은 따로따로 오직 자체 팀 훈련장에서 할 수밖에 없다.

감독자의 처지에서는 선수들이 지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언제 열릴지 모르는 대회를 위해 스스로 준비된 상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단점을 과감하게 바꿀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이런 나조차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그냥 훈련만 한다고 해서 능률이 오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직원들과 같이 농촌 봉사활동을 가자는 회사의 제안을 받고 우리 선수단은 농촌으로 향했다.

충남 당진의 한 농촌 마을을 찾아 논두렁에 콩을 심는 일을 했다. 한 조에 세 명씩 묶어서 한 사람은 땅에 구멍을 파고, 한 사람은 파인 곳에 콩을 넣었다. 마지막 사람은 호미로 흙을 덮었다.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심은 곳에 또 심기도 하면서 우왕좌왕했지만, 나중에는 손발을 척척 맞춰가면서 순조롭고 빠르게 콩을 심었다.

원래 모를 심을 때 논두렁에 콩을 심는 작업을 같이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농촌에 일손이 부족해 지금에서야 심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논 중에는 벌써 콩이 싹을 틔우고 올라오는 곳도 있었다.

선수들은 늘 같은 체육관에서 반복해서 훈련만 하는 것이 지루했는지 봉사활동으로 시골에 온 것만으로도 소풍 나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음에도 투정은커녕 많이들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콩 심는 일을 끝냈을 때는 우리가 한 일을 돌아보면서 뿌듯해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을 돕는 봉사활동을 끝내고 마음 한가득 ‘보람’을 채우고 돌아올 수 있었다. 체육관 안에서 이어가야 했던 일상을 벗고, 봉사활동이라는 ‘슬기로운 시간 보내기’는 대만족이었다.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속에 있지만, 우리는 슬기로운 방법으로 이 시간을 극복하고 있다. 언젠가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갈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수많은 관중 속에서 환호와 희열을 느꼈던 지난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좋은 시간도 되었다. 소중한 탁구 팬이 기다리는 경기장에서 눈부시게 향상된 경기력을 반드시 보여드리고 싶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도 함께 파이팅을 외쳐본다.

평범한 일상이었던 우리들의 소중한 그 날이 다시 돌아오길 묵묵히 기다리며 슬기로운 시간 보내기는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마사회 탁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