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된 채 부산항으로 입항한 러시아 선원 사건을 계기로 항만 검역에 대한 보완 요구가 높다. 부산이 세계적인 항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항만을 등한시 해온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기 때문이다. 선박과 항만 업무의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밀접 접촉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입국자의 국적 분포나 내국인 감염 위험도를 감안하면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현재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선박 수는 하루 평균 100여 척에 달한다. 선박의 경우 승객은 공항 입국자와 같은 2주간의 자가격리 절차를 거치지만, 선원은 검역확인증만 있으면 배에서 내려 시내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 이렇게 하선하는 선박 승무원이나 선원이 하루평균 100~300명이라고 한다. 자가진단앱같은 특별검역 절차가 있다고는 하나 코로나 전파력이 무증상일 때 오히려 더 높은 걸 감안하면 이것만으로는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정부는 앞으로 검역관리대상국을 확대하고 질병정보를 사전 통보하지 않는 선박엔 강한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숨기면 도리가 없다. 그들조차 감염 사실을 모를 수도 있다. 상대의 선의에 기댈 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검역 인력 부족으로 전수 승선검사가 불가능하다면 선원과 국내 항만노동자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하고, 코로나 검사를 통과한 선원만 하선을 허락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부산이 상대적으로 코로나 발생 빈도가 낮다 보니 검역과 방역 태세에 이완된 점이 있는 것 같다. 지역 보건당국은 코로나 접촉자인데도 검사, 이동, 자가격리에 관한 일관된 지침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했다. 부산항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감염 사례가 4건이나 더 있었던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그나마 선박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확인된 추가 전파가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신천지 이태원클럽 물류센터 다단계판매점 등의 사례에서 보듯 코로나는 한번 뚫리면 걷잡을 수 없다. 이번 러시아 선박 사고가 확실한 예방주사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