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게임’의 레전드로 불리는 ‘심시티’는 게임을 하는 사람이 시장이 되어 자기만의 도시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아들이 어릴 적 심시티를 하고 있기에 “그 게임의 매력이 뭐냐”고 물었다. 대답은 뜻밖에 간단했다. “내가 원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선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여야 해요.” 도시가 궁극적으로 지녀야 할 목표가 거기 있었다.
심시티를 시작하면, 한정된 영토와 예산이 주어진다. 플레이어(시장)는 이를 기반으로 주거·상업·산업지구로 구분해 도시를 만들어 간다. 도시에 사는 시민이 심(Sim)인데, 시장은 심을 위해 수도 전력 가스시설을 만들고 경찰서 병원 도서관 쓰레기장도 지어야 한다. 이익 창출을 위한 개발이 지나치면 환경문제가 생기고, 주민 행복도가 떨어진다. 공공시설에 투자하고 주민 요구를 다 들어주면 성장이 더디다. 이 둘의 균형을 어떻게 잡느냐가 게임 레벨을 높이는 열쇠다.
불도저처럼 밀고 성장 일변도로 가다가는 단기간에 폼나는 건물은 짓겠지만, 도시는 빚더미에 앉는다. 특정 지역 ‘심’들의 목소리만 들어줘도 안 되고 최대한 다수의 목소리를 고루 반영하면서 성장해야 더 많은 ‘심’이 모인다. 그렇게 모인 ‘심’이 도시를 발전시킨다. 게임을 하다 보면 선택과 집중, 균형 복지, 젠트리피케이션, 슬럼가 등 다양한 도시문제에 직면한다. 환경과 복지 그리고 성장이 도시 번영의 관건이다.
심시티를 하며 자란 청년들에게 도시는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균형 잡힌 복지에 힘써 궁극에는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곳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부산은 어떤가. 지난 5월 부산의 취업자는 16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5000명 줄었다고 동남지방통계청이 밝혔다. 고용률은 54.6%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부산지역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중은 처음으로 30%를 넘어섰고, 이들의 고용률은 51%로 이 또한 전국 최저다. 인구가 줄면서 빈집이 늘어 슬럼화가 지속되는 곳과 타인의 조망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는 고층건물을 보면 슬그머니 부아가 난다. 고층건물이 삼사십 년 뒤 빈집 또는 빈 건물로 남지 말라는 법은 없다. 과연 저것들을 어떻게 유지하거나 혹은 허물 수 있을까.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도시개발과 도시재생은 다르다. 도시개발의 사전적 의미는 ‘기성 도시 주변 또는 떨어진 곳에 인구 및 산업 등을 조절·정비하고 기성 도시의 확장, 신도시의 건설 등을 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도시 변화인 것 같지만, 사람의 이동을 생각한다면 기존 시가지 재생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 하여 개발은 개발대로, 재생은 재생대로 하는 것이 옳다. 재생지역에 물리적 개발이 들어서면 폭력이 된다. 재생은 말 그대로 삶의 재생으로 이어져 주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둬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집착하다 보면 공간만 남고 사람은 없다.
부산은 전국에서 가장 빨리 도시재생을 시작했다. 2009년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다. 이제 자리 잡았을 법도 한데 오히려 더딘 듯하다.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만들어 엄청난 예산을 편성했는데도 지원공모 당선은 다른 도시에 비해 적다.
그런 가운데 구포국수와 구포 맥주를 통한 ‘밀당프로젝트’를 선포한 구포이음 도시재생뉴딜사업 소식이 반갑다. 더구나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니 더 반갑다. 코로나19 이후 언텍트(비대면) 사회로 급속히 이동하는 현재, 소규모 공동체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지역자산화, 사회적 부동산 등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일어난다. 지역 상인과 청년 창업가를 지원하는 도시재생 기금 융자, 빈집 활용 공간 자산화사업, 도시재생 모태펀드, 행안부 지역자산화지원사업 등 많은 지원 사업이 있는 데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산시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5월 전국 6개 대학에 도시재생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석·박사과정이 생겼다고 한다. 부산에서는 경성대가 선정됐다. 시민 행복과 도시 번영을 위해 민관학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상지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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