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관(可觀)’. 본래의 의미는 ‘볼 만하다’는 뜻이지만, ‘꼴 보기 좋다’ ‘구경거리가 될 정도로 우습고 격에 맞지 않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단어다. 남의 말이나 행동이 꼴답지 않을 때 비웃는 말이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가관이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사회 질서 유지가 임무인 검찰이 그것도 고위간부가 육탄전을 벌이는 것은 가관이라는 말로는 부족해 보인다. 거대 여당이 장악한 국회에서 연일 벌어지는 ‘보기 드문’ 광경도 마찬가지다. ‘흥행’에서 이들 사건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꽤나 가관인 장면은 또 있다. 부산·경남을 비롯한 전국의 지방의회다. 구체적으로는 지난달 1일부터 시작된 임기 2년의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상당수 지방의회에서 특정 정당이 의장이나 부의장 등 지도부로 미리 내정한 후보가 실제 본회의 표결에서 낙선하거나, 돌출 변수로 낙선 일보 직전까지는 가는 일이 속출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연속해서 발생한 것이다. 상대 당의 이른바 ‘역투표’와 자당 의원의 ‘이탈표’ 등이 나왔기 때문인데, 여기에는 비록 ‘손목’은 잡히지 않았지만, 소속 정당이 다른 의원 간의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도 따른다. 조조의 대군과 손·유(손권과 유비)연합군이 맞붙은 ‘적벽대전’에 등장하는 온갖 술수와 숨 막히는 심리전이 떠오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양산시의회는 17명의 전체 의원이 사법기관에 고소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의장단 선거 과정에서 사실상 공개투표를 해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며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 8명과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의원 1명을 검찰에 고소하자, 통합당 측은 민주당 소속 의원 8명을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맞고소한 것이다. 양산시의회는 후반기 의회 임기 한 달이 넘도록 3명의 상임위원장 선출도 못 하고 있다. 사실상 식물 의회나 다름없다.

경남도의회의 파행도 이에 못지않다. 민주당 중앙당과 경남도당은 김하용 의장과 장규석 제1부의장을 차례로 제명 처리했다. 애초 당 차원에서 다른 후보를 의장과 제1부의장에 내정했지만, 이들이 통합당 의원과 ‘내통’해 당선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의장 불신임안도 제출한 상태다.

김해시의회도 통합당 몫의 부의장에 민주당 지원으로 제3의 의원이 당선되면서 홍역을 앓는다. 통합당이 사실상 의정 활동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개점 휴업’ 상태다. 지난 7대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전·현직 의장이 금품 선거 혐의로 사법 처리되는 사태를 겪은 후 최대의 내홍이다.

지방의회에서 지도부 선출 과정의 잡음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고, 광범위해졌다.

지방의회 당사자들은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갈등을 두고 ‘정치 신뢰 위기’ ‘정치적 배신행위’ 등을 운운하며 상대에게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갖다 붙이고 있지만, 지금의 지방의회 갈등은 한마디로 ‘감투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의장이 되니 차량과 운전기사, 비서 등 의전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권한은 더 많았습니다. 솔직히 단체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지요.” 기초의회 의장을 지낸 한 인사의 말대로 감투의 ‘달콤한’ 냄새를 맡고 서로 달려드는 것이다.

지방의회 구성원들은 지금이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보기 민망한 감투싸움을 이어나간다면 ‘현존하는’ 지방의회 무용론자들에게 명분만 쥐여줄 뿐이다. 이는 공멸을 재촉하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갈등과 파행은 의원들이 그토록 위한다는 시민과 이웃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

지방의원들은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언제나 겸손하고, 이웃을 위한 심부름꾼’이 되겠다고 수없이 다짐했을 것이다.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지금이라도 서랍에 넣어두었던 이 출사표를 꺼내 다시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하면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사회2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