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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바지에 관한 단상 /천윤욱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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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08-06 19:42:3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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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하얀 옷을 즐겨 입었다. 백의(白衣)민족이라 한다. 흰색은 쉽게 때를 타기에 빨래도 쉽지 않다. 하얀 솜을 넣어 겹으로 만든 무명옷은 겨울 추위를 이겨내는 방한복이었다. 봄엔 겨우내 찌든 무명 방한복을 양잿물을 넣어 가마솥에 푹 삶아 때를 쑥 빼고 말렸다. 연례행사처럼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서민이 입었던 옷은 단연코 하얀 무명옷이었다. 물감도 들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흠뻑 베인 옷이었다. 무명옷은 순수한 원단 무명천 그대로 옷을 지어 입었다. 꾸밈이 없는 소박한 서민의 옷이었다. 경주 최 부자 집 며느리도 시집온 처음 삼 년은 무명옷을 입고 서민의 생활을 체험토록 했다고 전해온다.

갑오개혁(1894~1896)과 더불어 양복이 들어왔다. 산업화 시기에 이르러 서민의 패션에도 변화 물결이 밀려왔다. 나일론에 물감을 들인 울긋불긋한 무늬, 세련된 디자인으로 복장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탈바꿈했다. 미국 문화가 스며들면서 청바지가 유행하여 서민의 옷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바지 패션에 청풍(靑風)이 불었다.

청바지의 의미는 다양하다. 인도에서 유래된 쓰임새,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스타일,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직물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사업 구상 등을 모두 포함한다. 청바지의 진(jeans)이란 말은 처음 생산된 곳인 ‘젠느(Genes)’에서 유래했다. 최초로 미국식 청바지를 만든 사람은 리바이 슈트라우스(Levi Strauss)이다.

청바지는 처음엔 질긴 천막 천으로 만들었다. 독일 광산 노동자가 입었던 작업복이다. 지금은 청바지가 남녀노소 필수품이 되어 외출복으로도 애용하는 옷이 되었다. 넥타이를 맨 화이트칼라에 대비되는 노동자를 블루칼라로 구분했다. 신축성 있는 청바지는 여행 때 입으면 활동성이 좋고, 구김살이 적어 더 편하다.

청바지는 색상과 디자인이 다양하다. 남성이 입는 청바지는 디자인이나 색상이 비교적 단조롭다. 바지의 지퍼 부분(밑위)의 길이가 선택기준으로 짧은 것은 청년, 긴 것은 장년층에서 사랑받는다. 청바지는 뭐라 해도 여성의 옷차림에서 더 맵시 난다. 눈이 큰 아이에게 청바지는 더 잘 어울렸나 보다. 노래 가사에도 나오니까. 뒤 호주머니에 스마트 폰을 질러 넣고 음악을 듣는 모습은 젊음이 넘쳐 보인다.

청바지는 재질, 색상과 디자인이 변수가 되어 세련미를 더한다. 통바지, 나팔바지, 일자바지, 스키니바지, 7부바지, 반바지, 끝단을 접은 바지, 미니 바지, 기모 바지 등이 유행한다. 최근에는 찢어진 청바지를 많이들 입는다. 맨살이 보일 정도로 천을 헐거나, 무릎도 훤하게 드러난다. 바지 끝단도 실올이 하얗게 터져 너덜거린다. 거리의 철학자에게 어울릴 듯 보이지만 지금은 헌 옷처럼 즐겨 입는다.

나도 청바지가 좋아 사계절 즐겨 입는다. 우선 이미지가 젊어 보여 좋고, 생활하기에 편리해 좋고, 예의를 갖추어야 할 자리가 아니면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좋다. 새것으로 사서 헐어도 입을 수 있으니 또 좋고, 세탁과 보관이 쉬워서 좋다. 청바지 그 자체가 청춘을 의미하여 젊어 보인다고 하니 더 좋아한다. 젊어 보인다는 말에 욕심을 냈다. 맨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찢어진 청바지 한 벌을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사서 걸어두었다. 어릴 때 설빔을 사주면 설레던 감정도 일어났다. 청바지를 보면서 동심으로 돌아가니 젊음이 찾아오는 심리적 치료도 가능하다. 어느 날 새로 산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아내가 단번에 “이 바지는 언제 샀는지?” 하며 금방 알아차렸다. 아내와 상의하지 않고 아내의 고유영역을 침범했으니 핀잔을 들었다. 젊음을 가지려는 욕심에 대한 대가를 치른 셈이다.

건배 구호에 ‘청바지’도 있다. “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다”를 줄인 말이다. 청바지가 젊음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결합해 ‘청바지’란 건배 구호가 생겼나 보다. 나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릴 때 ‘청바지’라고 즐겨 외치며 더 젊어지기를 바라본다.

청바지에는 장인이 혼과 정성을 들인 수제품도 있다. 수제품 청바지 하나가 경매에서 거액을 호가한다는 보도를 봤다. 청바지도 오래된 수제품은 골동품처럼 경매 대상이 된다니 격세지감이다. 수제청바지도 하나 더 살까?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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