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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도설] 파수꾼 마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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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애들이란 앞뒤 생각없이 마구 달리는 법이니까 말이야. 그럴 때 어딘가에서 내가 나타나 꼬마가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거지. 온종일 그 일만 하는 거야.” 홀든 콜필드는 여동생 피비가 “오빠는 무엇이 되고 싶어” 하고 묻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고 답한다. 미국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1951년 출간한 같은 이름의 소설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서 파수꾼은 기성 세대의 위선과 허위로부터 아이들의 순수성을 지키는 사람을 지칭한다.

당시 미국은 극우 보수주의가 득세한 시대였다.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불리는 매카시즘이 온 사회를 휩쓸며 시민생활을 반공이란 단일가치로 통제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발전한 미국의 군수산업은 경제 호황을 견인했고, 여기에 빠져든 대다수 지식인은 침묵했다. 비평가 어빙 하우가 말한 ‘순응의 시대’였다. 기성 세대의 그런 위선과 허위에 처음으로 반기를 든 게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기성 의식에 저항하는 소설 주인공 콜필드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콜필드 신드롬’이 전 세계를 풍미했다. 그만큼 ‘정신적 파수꾼’을 갈망했다는 이야기다.

소설이 간행된지 70년 지난 지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코로나19라는 문명의 위기가 갈망을 더 키운 듯하다. 트럼프 정권을 비롯한 미국의 우파가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에 항의하는 흑인과 저소득층의 시위를 “좌파의 사주에 의한 소요”로 몰아가 사회 갈등이 증폭된 탓이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재유행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의사는 자리를 비우고, 일부 종교인은 정치 집회로 사태를 악화시킨다. 정치권은 진보·보수 구분없이 기득권에 집착하고, ‘내로남불’의 위선으로 자신을 합리화한다.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와 파수꾼에 대한 갈망은 비례한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내야수 마차도의 호수비가 주목받는 건 이런 연유에서다. 방향이 어디든 총알 같은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거미손. 어떤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타자의 진루를 불허하는 컴퓨터 송구. 마차도의 호수비는 “수비의 달인”이란 찬사를 넘어 ‘1일 1호수비’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팬들은 그의 명품 수비에 열광한다. 올스타 투표에서 3주 연속 선두를 지키며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최종 1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파수꾼 부재의 시대, 팬들은 마차도에게서 콜필드 같은 파수꾼의 이미지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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