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인류가 죽음과 질병의 공포 앞에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죽음 앞에서 두렵고 불확실성 앞에서 불안하고 정부의 강제 앞에서 피곤하다. ‘코로나 블루’니 ‘코로나 앵그리’니 하는 신조어가 우리 일상의 황폐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예전 일상을 꿈꾸며 공포스럽게 맞닥뜨린 현실을 감내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독교 집단의 대규모 집회 개최, 대면예배 강행, 의료집단의 대규모 파업 행위가 충격과 분노를 자아냈다. 이 두 집단의 구성원은 사회에서 ‘스승’으로 모시는 목사(牧師)와 의사(醫師)이다. 최정규 교수(경북대)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건 무임승차도 아니고 ‘우물에 독 타기’를 한 다음 그 물을 자기도 마신 수준이다. 경제학은 합리적 행위자를 가정하는 학문이라 이 정도의 행동을 연구할 개념이 사실 없다.” ‘세상의 스승’들의 이러한 행동이 새삼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자문하게 한다.

인류가 도태되지 않은 것은 우답처럼 들리겠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이유를 들자면 백가쟁명이 부족할 정도지만 유한한 자원의 제약조건 하에서 죽음의 공포를 딛고 생존 조건을 찾아냈다는 것 아니겠는가. 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머리로 이해할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몸으로 해낼 수도 없는 수많은 위험과 부딪치며 생존의 위협을 받아왔다. 이런 위협 앞에서 과거 경험을 발판 삼아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구하고 이를 지식으로 축적해 세상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며, 누군가 약탈을 시작하면 공멸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혼자 개별로 하는 것보다 집단(사회)이 분업하는 것이 개인의 인지적·물리적 한계를 완화해 삶이 좀 더 나아진다는 것을 인식하며, 이를 실천하고 후세대에 유증하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지혜를 발휘해왔다.

인간은 죽음과 그 공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안으면서도 주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세상과 사물의 이치를 보편타당하게 이해·평가하려는 고도의 합리성을, 또한 개인의 이익에만 탐닉하지 않고 남의 악덕에서 자신과 이웃을 지켜 모든 사람이 공존할 영역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윤리성을 추구해왔다. 팬데믹에서 대부분 사람이 침착성을 유지하는 것도 합리성과 윤리성으로 집약할 수 있는 인간의 지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안다. 유한한 삶을 사는 동안 어느 정도 죽음의 공포를 잊고 삶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생명을 지켜주고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다 함께 살 방법을 알려주는 덕분임을.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특정 분야 개인적 기능적 완성을 나타내는 ‘선비 사士’ 대신 ‘스승 사 師’를 부여하고 ‘세상의 스승’으로 삼는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은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태:20:28)” “나는 생명이 수태되는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고로 존중하겠다(히포크라테스 선서; 제네바선언)” “군자는 먹을 적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으며, 거처할 적에 편안함을 구하지 않으며, 일을 민첩히 하고, 말을 삼가며, 도가 있는 이에게 찾아가서 질정한다면 배움을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논어; 학이편).” 이처럼 생명의 길로 인도하는 ‘세상의 스승’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보다 타인의 생명에, 사익보다 생명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고, 범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합리성과 윤리성을 요구받고 체득했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모든 일을 합리성·윤리성만으로 이해할 수 없고, 다 해결할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비합리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거나 분노한다. 어떤 경우 독일 신학자 루돌프 오토가 말한 ‘성스러운 영역’으로 남겨두기도 한다. 종교는 이런 성스러움에 기반 하지만 합리성과 윤리성과 균형을 못 이루면 신비주의에 빠져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오토는 경고했다.

‘세상의 스승’들에게 묻습니다. 모두가 질병과 죽음의 공포에서 자신의 삶을 옥죄고 있는 현재, 하나님을 방패 삼아 질병을 옮기고 사망의 길로 인도하여 이웃에게 고통을 주는 일부 교회의 집단행위, 사익을 방패 삼아 죽음 앞에 놓인 환자를 방치하는 의료 파업행위에, ‘세상의 파괴자’라고 외치는 세상 사람들의 분노는 부당한 것입니까?

유일선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