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둥지를 튼 연구개발(R&D) 기업이 또 하나 늘었다. 이른바 ‘R&D 불모지’라는 오명이 붙은 부산으로서는 희소식이다. 자율주행 및 딥러닝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낸 서울의 우수 혁신기업인 에이다스원이 그 주인공으로, R&D지식센터를 부산 남구에 설립했다고 한다. 더욱이 부산신항과 항만배후단지 터미널에 5년간 140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스마트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부산시 사업에 역외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곳이다. 그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이 업체 R&D지식센터의 부산 유치는 지역 물류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을 줄 걸로 기대할 만하다. 항만물류 스마트 센서 국산화와 응용기술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관련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라니 말이다. 게다가 지역 연구인력 등의 채용인원을 해마다 늘려나갈 계획인 만큼, 일자리 창출과 기술력 강화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터다. 앞서 지난 4월 피팅·밸브 제조분야의 대표적 R&D 기업인 비엠티 본사 및 생산공장을 부산에 유치한 데 이어 주목할 만한 성과라 하겠다.

전기차 부품 생산업체로 올해부터 부산형 일자리 사업을 주도하는 코렌스도 기대를 받기에 충분하다. 자체 R&D를 기반으로 20여 협력업체와 함께 강서구에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런 움직임은 지역 산업의 R&D 향상에 목이 마른 부산에게 단비와도 같다. 그러나 희망적인 물꼬가 트였을뿐, 갈 길은 멀다. 부산의 R&D 수준이 여전히 저조해서다. 지역 과학기술혁신 역량지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R&D는 수도권 등에 비해 뒤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특허 부문만 해도 그렇다. 최근 국감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전국 기업·기관 등의 R&D 특허 출원(14만8280건) 중 부산은 4.1%에 불과하다. 수도권 3개 시·도의 46.3%, 대전의 19.9%와 현격한 차이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R&D 투자액, 연구원 1인당 투자액 등의 지표에서도 하위권이다. 따라서 부산시와 관계기관, 업계는 R&D 역량 강화를 통한 지역산업 성장·발전에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R&D센터 유치가 새로운 도약대로 작용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