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부산이 한국 제2도시의 위상을 잃을 날이 머지않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임박하면서 곳곳에서 부산발전을 위한 아이디어와 구상들이 발표되고 있다. 도시의 장기발전전략은 때로는 재정적 합리성을 생각하기보다는 돈키호테적인 발상의 전환이 큰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집권 후 시행한 이탈리아 북부 베니스 피렌체 밀라노 등 속주에 대한 도시계획, 포로 로마노, 하수도 정비와 같은 로마시의 대대적 도시 리모델링 등 당시로선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던 계획이 이후 수백 년간 로마제국의 번영을 이끌고 지금도 국가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부산도 기존 관념을 완전히 뒤바꿔 앞으로 수세기의 번영을 이끌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산의 장기 발전 방향은 어떻게 돼야 좋을 것인가? 바다와 강과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부산은 잘만 활용하면 서울 및 수도권보다 더 좋은 동북아시아 최대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곳이다. 대한민국을 현재의 번영으로 이끈 산업화 시대에 부산은 미국을 위시한 태평양 세력을 향해 나아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향후 동아시아 경제권 형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천혜의 개방적 항구도시로서 부산이 지닌 매력을 생각할 때, 대한민국의 국가적 번영을 위해서도 부산지역을 수도권과 견줄 수 있는 경제권역으로 성장시킬 청사진을 필요로 하는 때이다.

더구나 지구온난화로 머지않아 활성화될 북극항로로 가는 중계항만으로서 부산항의 매력을 생각하면 큰 구상이 빨리 실현되어야 한다.

부산의 장기 발전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부산만 생각하는 지엽적인 전략이 아니고 부울경을 포함하고 서남권까지 포함하는 동북아 최대 메가포트(Mega Port) 프로젝트라고 해도 좋고, 수도권 비대화에 대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이라고 해도 좋다.

첫째, 인구 800만 명이 살고 있는 부울경을 동남권 광역경제권으로 통합하는 일이 시급하다. 부울경의 면적은 서울 인천 경기의 면적보다 약간 크지만 인구 면에서 보면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로 왜소하다. 그러나 선박 해양 석유화학 기계 항공 등 중공업 분야와 신발 등 전통산업을 보유한 부울경을 메가시티로 만들어 지역경제권을 형성하고, 동북아 제일의 부산신항만과 연계되는 가덕도 신공항의 물류시설이 뒷받침된다면 부산은 항만·공항·철도가 연결되는 세계적 종합물류센터(multi-modal mega port)가 될 것이다.

둘째, 남해안 지역의 상호 연대를 위해 남해고속철도(STX)를 건설하여 동남권과 서남권의 경제적,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동서를 잇는 인프라는 2차선 국도 수준이었던 88고속도로 건설로 미약하게 출발해 현재 4, 5시간 정도 소요되는 부산-광주-목포 남해고속도로까지 발전했지만, 가덕도 신공항을 포함하여 부산-광주-목포를 1시간 30분 시간대에 이어줄 고속철도의 건설이 시급하다. 이를 통한 인적, 물적 교류 확대로 영·호남의 경제적 상호 연대가 형성된다면 우리 세대를 뒤덮었던 망국적 지역 감정의 그늘도 자연스레 완화될 것이다.

셋째, 부산권과 일본 규슈 지방을 아우르는 한일해협 경제공동체 형성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50km의 거리도 안되는 부산~­대마도~후쿠오카 해협에 한일 해저터널을 구축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간에 도버해협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유로스타 고속철도(TGV)로 사람과 물자가 왕래하여 경제적으로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음을 볼 때, 한·일 양국간 협력만 이루면 해저터널의 건설은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해저터널을 통해 일본 후쿠오카 등 규슈지방과 경제적 상호연대를 형성한다면 부산이 진정한 동북아 최대 메가포트로 자리 매김하며 남해안, 더 나아가 태평양 시대를 선도할 전초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부산은 유라시아 대륙의 출발지이자 태평양 바다로 나아가는 시작점으로 동북아 최대 항만도시가 될 것이다.

남해고속철도가 왜 현재까지 대선공약으로 안나올까?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통합 시너지가 기대되는 프로젝트가 출현하지 못한 배경에 동서 간 해묵은 지역감정 때문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본다.

동남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남해고속철도의 건설과 한일해협 해저터널 건설로 뿌리 깊은 동서 간 및 한일 간 감정도 털어버리고 부산이 중심이 되는 남해안 시대를 열어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