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국회 세종의사당 단계적 이전 방안을 내놨다.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시간표인 셈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3+2+3 광역권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전국을 수도권-동남권-충청권 3개 그랜드 메가시티와 대구·경북-광주·전남 2개 행정경제 통합형 메가시티, 그리고 전북-강원-제주 3개 강소권 메가시티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7월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원내 교섭단체 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거론한 뒤 전국 순회 토론회를 열며 의견을 모은 결과물이다. 국민 과반이 행정수도 완성을 지지하고, 그 최종 목표는 전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며 4개월 동안 준비했다지만 이런 방안으로 균형발전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이 공개한 보고서의 핵심은 국회를 서울에서 빼내는 대신 서울은 글로벌 국제경제금융수도로 육성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에 소재한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를 1단계로 세종의사당에 이전하며 국회사무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일부도 이전 대상에 넣었다. 서울을 글로벌 경제금융수도로 육성하기 위해 서여의도의 국회의사당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창업 클러스터로, 동여의도는 홍콩을 대체할 동북아 금융 허브로 조성하겠단다. 여의도~상암~마곡~창동을 잇는 경제수도 벨트가 조성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수도권 그랜드 메가시티가 이뤄지면 동남권 그랜드 메가시티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산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은 헛구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다.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50%가 넘게 사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우원식 추진단장이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특히 금융기능의 서울 집중은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본질적인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금융을 콕 집어 경제수도 서울의 비전으로 제시한 건 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동남권을 비롯한 나머지를 들러리 세우는 일과 다름 없다. 특히 수도권 비대화가 세종을 비롯한 충청권까지 이어지면서 전국이 수도권-충청권과 그 나머지로 재편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민주당이 부산의 이런 여론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면 큰 문제다. 국가균형발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라면, 문현금융단지를 중심으로 부산을 동북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큰 그림도 노무현 정부 때 마련됐다. 부산이 2009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유다. 서울 경제금융수도 전략에 앞서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지난 9월 부산에서 열린 순회 토론회에선 듣고 싶은 말만 듣고 간 것인가. 추진단은 국민 여론 수렴과 여야 합의를 위한 국회 균형발전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문제점들을 보다 심도 있게 논의해 서울과 부산의 금융중심지 역할 배분과 알찬 동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구축 방안을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