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고용 한파가 극심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전년보다 21만8000명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127만6000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지난해 12월은 전년 동월 대비 62만8000명이나 줄었다. 환란 실직이 정점에 달했던 1999년 2월(-65만8000명)에 근접한 수준이다. 고용 감소는 저소비→저생산→저투자→저고용의 ‘저’시리즈 경제 악순환을 부르는 근본요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이익공유제’ 논란을 낳은 빈부 양극화 심화의 근본요인이기도 하다. 정부가 일자리 확대에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특수고용직·프리랜서 고용안정지원금과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등 주요 현금 지원을 설 전까지 90% 이상 집행하고, 104만 개의 올해 공공일자리 사업도 연초부터 신속히 시행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줄어든 일자리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은 못 된다. 지난해 감소한 일자리를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16만 명), 숙박·음식점업(-15만9000명), 교육서비스업(-8만6000명) 등 대면 업종이 다수를 차지한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방역 강화로 소상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따라서 소상공업 지원을 일자리 대책의 앞자리에 놓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이익공유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건물주·임차인·국가가 분담하는 방안이 그 하나다. 임대료가 소상공인의 당면 최대 고민거리인 만큼, 소상공인에게 가장 요긴한 이익공유 방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사태의 덕을 본 전자기업이나 온라인 플랫폼기업이 이익을 거래 상대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노동자들과 나누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 되어야 한다.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부유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영국은 경제학자들이 만든 ‘부유세위원회’가 최근 2600억 파운드(387조 원) 규모의 일회성 부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미국 억만장자의 60%가 몰린 캘리포니아, 워싱턴 주의회도 부유세 도입 문제를 논의 석상에 올렸다.

보수 진영은 앞서 소상공인 임대료 분담안이 제기됐을 때처럼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자유시장주의를 거스르는 행위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생산자와 건물주 등 공급자의 입장만 생각한 일면적 판단이다. 소비자와 임차인이 없으면 공급자도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 때 미국 루즈벨트 정부가 최저임금제 등 소득 증대 정책으로 소비를 진작해 불황을 극복한 바 있지 않은가.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균형 뉴딜정책의 효과적 시행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건물주와 임차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의 고통분담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그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