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당뇨가 있어도 모르다가 악화되어 증상이 나타나야 아는 일이 많았다. 허기져 밥을 많이 먹고, 목이 말라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되면 진료를 받았다. 치료 시 저혈당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고혈압도 마찬가지였다. 심장병이나 뇌졸중이 생기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는 무서운 질병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을 잘 몰라 진단이 늦어졌다. 알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그야말로 고혈압은 소리 없는 살인자였다.

	그림 서상균

당뇨와 고혈압은 일찍부터 심각한 만성질환으로 인식된 데 비해 이상지질혈증을 심각한 질환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나중이다. 당뇨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심각한 질환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비만이다.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하면서 체중 관리가 건강관리의 중요 목표가 됐다. 체질량지수가 높아지면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의 지표로서 체질량지수를 사용하다가 의외의 사실을 발견했다. 체질량지수가 정상인 날씬한 사람이 의외로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이상이 있는 것이었다. 원인은 내장비만이었다. 내장비만을 진단하는 지표가 바로 허리둘레 측정이다. 배꼽을 기준으로 둘레를 쟀을 때 남자는 90㎝, 여자는 85㎝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진단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 뿐 아니라 질병도 비슷하다.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그리고 비만이 유유상종하는 질병이다. 당뇨 환자 중 고혈압 환자가 많고, 당뇨와 고혈압 중에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많다. 이런 환자들 중에는 비만도 많다. 그래서 이런 비슷한 질환을 모아 대사성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심각한 합병증이 있는 만성 질환이다. 구체적으로 복부비만 고혈압 높은 공복혈당 높은 중성지방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의 5가지 특징 중에 3가지가 있으면 대사성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대사성증후군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관련 질병을 나열하면 전립선비대증 하지정맥류 위식도역류 수면무호흡증 요실금 지방간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끝이 없다. 그래서 대사성증후군 관리는 오늘날 건강관리의 주요 목표이다.

코로나가 유행이 길어지면서 모두 걱정이 많다. 식사량이 늘어난 사람, 운동을 쉬고 있는 사람이 많다. 체중이 다시 늘었고, 혈당과 혈압 조절이 안되고, 콜레스테롤이 나빠진 사람도 많다. 코로나 때문에 건강관리를 느슨하게 한 결과이다. 대사성증후군이 크게 악화되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다. 지금은 건강관리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코로나가 유행한다고 해도 건강관리는 여전히 필요하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코로나 유행 때문에 무한정 건강관리에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코로나 유행으로 생긴 건강관리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관리 자체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것이다. 심기일전하자. 코로나 감염이 무섭다고 중단했던 건강관리를 다시 시작하자. 느슨해진 식이 조절을 다시 시작하자. 자주 체중을 재어보자. 당뇨 고혈압이 있으면 혈압 혈당을 열심히 재어보자.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안전한 범위에서 가능한 운동을 하자. 미루었던 건강검진을 올해는 반드시 받자.

코로나시대의 건강 관리는 이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 이전의 건강관리방법을 고집하기 보다는 안전하게, 조심스럽게, 허용된 범위 안에서 각자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코로나 전염을 조심하지만, 걱정된다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유행 시대의 건강관리에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 실천하는 용기, 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건강관리법을 찾아 내는 큰 지혜가 필요하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현명한 건강관리법이다.

부산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