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무리 매서워도 봄은 어김없이 오듯이, 조선해양산업계에서도 멀리서 나마 봄이 오는 소리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지난해 연말부터 국내 조선 빅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위주로 수주 릴레이가 계속되고 그동안 미루어 왔던 카타르발 LNGC(천연석유가스운반선)의 발주, 유럽연합(EU)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의무화 등 해양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에 대한 교체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발주량은 전년 대비 약 56% 증가한 3000만CGT로 전망되면서 대형조선사들은 올해 수주목표치를 상향수정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 지역 중소조선사 중에서는 대선조선이 지난해 연말에 잇따라 수주에 성공하면서 대형 조선사 평균보다 높은 수주목표를 달성했다고 하니, 조선기자재업계에서는 중소조선사의 선전이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춘풍은 신조선시장으로 본 전망에 불과하고, 조선기자재업계는 조선소에서 선박 상세 설계를 마치고 구매계획에 따라 기자재발주를 시작하니 올해 전반기가 심각한 춘궁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같은 산업적불균형은 조선해양산업의 다양한 시장을 보지 못하고 신조선시장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선박은 한번 건조하면 평균 25년 이상 사용하는 거대한 이동체이다. 즉 25년 동안 유지되는 선박운영시장인 선박관리산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선박관리전문기업은 부산지역에서만 300여 개 회사가 있고, 관리대상선박은 2000여 척에 이른다. 경제적효과 1조1000억 원, 고용유발인원이 약 2만 명에 달하는 직접적 경제효과뿐만 아니라 해운, 선박신조 및 수리, 기자재공급, 선용품납품, 선박매매 등의 연관 산업에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우리 부산은 ‘해양수도’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기에 더욱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부산시에서는 공업지역활성화시범사업으로 영도 청학동 일원을 ‘해양 신산업 부스트벨트’로 개발하겠다는 밝혔는데 본인은 이 지역에 해양수도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첨단선박관리융합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해외 크루즈여객선을 타고 수천 명의 관광객이 들어올 때 항로 입구에 자리 잡은 멋지고 웅장한 건축물과 화려한 조명을 보면서 부산의 진면목을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은 어떨까?
건물 내에는 마도로스박물관과 함께 많은 선박관리기업이 유치되고 선박관리오픈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조선해양 엔지니어링지원센터’ ‘조선기자재선물거래소’ 등이 입주한다면 인접한 동삼혁신지구의 연구기관들과 함께 해양산업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은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태동지이고 지금의 대한민국 조선 1위국을 유지하는 기술 1번지이다. 인건비 상승 등 단순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단순 기술을 넘어 지역, 역사가 어우러져 형성되는 문화, 즉 한국조선문화(K-Shipbuilding Culture)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께서 거북선을 만들 때부터 한국의 조선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근래 건조된 대형선박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만들었고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전 세계 조선산업의 중심이라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한국인의 혼이 깃들어 있으니 이제 한국은 단순한 조선 1위국이 아니라 현대 조선문화의 발원지라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조선문화를 강조하는 이유가 또 있다. 부산지역 기간산업으로 불리는 조선기자재산업계가 신조 훈풍의 ‘낙수효과’를 느끼기 위해서는 아직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오랜 불황을 겪은 우리 기자재기업들이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조선해양인에게는 이미 오랫동안 수많은 풍파를 겪어 오면서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한국의 조선산업무화가 뿌리내려있기때문에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선박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동형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기존 조선기자재산업에 ICT를 접목하여 더욱 고도화 시켜 나간다면, 곧 도래할 새로운 신조발주 급증시대를 맞아 우리 대한민국의 조선해양기자재산업이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조선해양기자재 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