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의 가상화폐투자 열풍이 거세다. 가상화폐 투자를 하지 않는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보면 최근의 코인 광풍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부동산과 주식에서 기성 세대보다 늦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고 판단한 2030세대에게 가상자산 투자는 신기술을 활용한 신무기나 다름없나보다. 가상화폐 투자를 ‘잘못된 길’이라고 지적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성난 2030 세대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는 것도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 때문이다.
‘버블’이란 어떤 자산에 대한 시장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너무 높게 형성된 경우를 말한다. 투자자들의 군중심리, 비이성적인 과신 등의 현상이 이른바 ‘묻지마 투자’식의 광풍을 이끌어낸다. 종종 회자되는 것이 튤립 버블이다.
1609년 네덜란드에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자 네덜란드에는 많은 자금이 몰려들면서 유동성도 풍부해졌다. 시중에 자금이 남아돌아 당시 네덜란드에 막 전파되기 시작한 튤립 구근에 대한 사람들의 투자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소수의 사람들만 튤립 구근을 거래했으나, 나중에 가서는 일반인들도 튤립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튤립 광풍으로 2년 동안 구근의 가격은 50배나 뛰어올랐다. 그러나 너도나도 튤립 재배에 나선 결과, 공급이 수요를 뛰어넘게 되고 튤립 가격은 100분의 1로 폭락했다.
가상화폐는 여러 측면에서 튤립 버블에 비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되기 시작한 유동성 확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맞물려 새로운 투자처로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지난해부터의 주식시장 과열에 이어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가상화폐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주식이야 투자 대상의 미래가치를 예측, 판단하는 과정을 밟지만 최근의 코인 열풍은 ‘일단 사서 묵혀두면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사고 있다.
한국에서만 시세가 더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하여 환치기 범죄, 가짜 홈페이지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사기 범죄, 벌집계좌로 인한 투자자 피해 등 가상화폐 광풍의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관리하는 부처조차 정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으로 거래소가 안전성 등을 담보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했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금법 개정 이후 거래소마다 자정노력을 시작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오는 9월까지 요건을 갖춰 사업자 등록을 하지 못하면 거래소는 폐쇄해야 한다. 모든 거래소가 폐쇄된다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하루 거래액이 20조 원이 넘는 가상화폐 시장 투자자들은 현 상황에서는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또 국내 거래소가 폐쇄된다고 해서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소 폐쇄가 언급됐던 2018년에도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 이용 방법을 모색한 바 있다.
가상화폐 광풍에 불을 붙인 유동성 확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함께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여유자금이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유동성으로 촉발된 가상화폐 열풍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당시에도 버블이 우려됐던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이 오늘날 7000만 원을 넘나들고, 가상화폐 관련 신산업에 뛰어드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과 비트코인이 투자 대상으로 공존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무조건 부인하고 규제해서는 가상화폐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진 투자자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가상화폐의 현주소와 문제점, 또 신산업으로의 육성 가능성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펼쳐보는 것이 가상화폐 연착륙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서울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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