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신축년이 이틀 남았다. 곧 2022년 임인년의 해가 떠오른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게 있다. 새해 첫날 해맞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새해 첫날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무리 추워도 새해 첫날 해맞이를 꼭 하리라는 결의에 가득 차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한 채 떠오르는 해를 기다리는 사람을 보는 장면이 익숙해졌다.

문득 궁금해진다. 언제부터 새해 해맞이가 우리 사회에서 주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일까. 이 물음의 답을 찾으려면 새해와 해맞이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예전부터 해맞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설렘 가득한 행사 중 하나였다. 조선시대 의유당 남씨는 영조 45년(1796년)년 ‘동명일기’라는 기행문에 동해의 일출을 본 감격을 남겼다. “이윽고 날이 밝으며 붉은 기운이 동편 길게 뻗쳤으니…만경창파 일시에 붉어 하늘에 자옥하고…” 장엄한 일출을 묘사한 의유당의 글은 조선시대 가사 문학을 대표하는 문장으로 꼽히기도 한다. 어디 이뿐인가. 송강 정철은 ‘관동별곡’에서 양양의 낙산사를 ‘관동팔경’ 중 하나로 꼽으며, 낙산사의 일출을 자세하게 묘사했다. 연암 박지원도 해금강 총석정에서 어둠을 뚫고 솟은 해를 보고 ‘총석정관일출’이란 시를 쓰기도 했다.

해돋이는 글보다 그림에 더 어울릴 수 있다.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를 개척한 정선은 낙산사의 일출을 담은 ‘낙산사도’ 등을 그렸고, 김홍도도 낙산사의 일출을 화폭에 담았다. 여기까지 보면 해맞이는 분명 우리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풍습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선조들은 해맞이의 장엄함과 신비로움, 감격을 누렸지만 시기를 새해로 한정하지 않았다.

해맞이의 시기가 새해로 굳어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 장유승 단국대 연구교수는 몇 년 전 쓴 칼럼에서 ‘새해 해맞이’는 19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로 정동진이 유명해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모래시계가 열풍을 일으키면서 정동진에 스토리텔링이 가미됐고, ‘정동진 해돋이 열차’까지 운행하면서 주요 행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2000년 밀레니엄의 새해 해맞이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연례행사가 됐다.

하지만 새해엔 해운대해수욕장을 포함한 전국의 명소에서 해맞이를 할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해운대해수욕장 등의 해맞이 명소를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은 어디에 빌어야 할까.

김희국 신문국 에디터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