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만 30년이 되어 한중관계는 사람으로 보면 혈기왕성한 청년기이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간 교역 규모는 약 40여 배로 증가했으며, 인적교류 역시 다소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무려 80여 배로 급증해 한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중국인 여행객을 쉽게 만날 수 있었고, 부산의 대학가와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4성을 지닌 중국어를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한중간의 교류와 협력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한중 수교 이후 30년 동안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후 ‘신 실크로드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선언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2020년에는 집단적 자유무역협정인 RCEP를 중국주도로 출범시켜 중국의 글로벌 위상이 비약적으로 제고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내수와 대외경제를 함께 중시하는 이른바 쌍순환전략을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표방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은 한중간의 왕성한 경제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져 상당수 지역기업이 중국에 직접 투자하거나 중국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한중 양국과 부산이 함께 성장하는 골든 타임을 경험하기도 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가? 한중 교류 및 경제협력의 급격한 증대는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시련을 겪으면서 인적·물적 교류가 상당히 위축됐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팬데믹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사슬망의 붕괴와 인적교류의 중단으로 이어졌고 양국 간 및 부산의 대중국 경제교류도 심각하게 축소되어 부산경제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더욱이 인구 감소와 청년의 역외유출 등으로 부산이 제2의 도시라는 위상마저 심각하게 훼손당하면서 인천이 부산의 자리를 곧 차지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고도성장기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견인했고,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부산항과 지역의 우수대학이 있지만, 부산의 위상이 끊임없이 하락하면서 부산 시민의 자존심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부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항만물류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금융산업과 마이스산업 등을 전략산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미흡하다. 더욱이 수도권 일극에로의 경제흡입으로 부산마저 어려움을 호소하자 정부는 광역경제권역 구축으로 울산과 경남을 아우르는 소위 메가시티전략을 지지하면서 관련 지자체는 메가시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은 2030년 월드엑스포 유치를 목표로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지역의 흩어진 역량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어디 이뿐인가, 지난해 설립이 확정된 관문공항 가덕신공항에 대하여 무한한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 이른바 부산의 3대 프로젝트가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민의 기대와 함께 우려도 동시에 표출되고 있다.
과연 3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 그러면 부산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부산의 3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산업적 기반, 즉 부산의 미래성장동력산업이 전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메가시티의 경우 도로망의 확충 등 하드웨어적인 인프라구축이 초기 단계에서 핵심이지만 결국 산업적 기반조성과 활성화가 수반되어야만 성공할 것이다. 지방소멸의 위협과 수도권 일극 중심의 경제생태계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2030 월드엑스포 이후 어떤 산업이 부산을 견인할 것인가? 가덕신공항도 예외는 아니다.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적 기반을 동시에 구축해야만 3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으며, 부산이 도약할 것이다. 이것이 부산의 과제다.
부산의 과제에 대한 해답은 한중 수교 30주년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이 지속가능 성장을 위하여 쌍순환전략을 채택했듯이, 부산항의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 금융 및 마이스산업의 육성 그리고 의료 및 헬스 분야 지역 우수중소기업의 판로개척 등을 위하여 가까이 있는 거대한 중국시장이 부산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부산시를 중심으로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즉, 부산 도약을 위한 새로운 한중 관계의 구축을 한중수교 30주년에서 찾아야 한다.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부산차이나비즈니스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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