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가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서부산~가락나들목(5.3㎞)을 통과하는 차량의 통행료를 없애야 한다고 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신상해 시의회 의장은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실에 이 구간의 통행료 무료화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6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시의회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에게 ‘가락 및 서부산요금소 통행료 무료화 건의문’을 또 전달했다는 것인데,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주민의 숙원인 서부산~가락나들목 통행료 무료화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지역 정치권의 논쟁거리로 재차 떠오른 이유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 구간의 통행료는 차종별로 1100∼1300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1000원으로 일괄 적용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시내 도로 역할을 하는 이 구간이 고속도로 상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통행료를 징수한다는 게 운전자로서는 받아들 수 없는 형편이다. 경남 김해시와 부산을 잇는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에 있는 가락나들목은 1982년 12월 도로 개통에 맞춰 운영이 시작됐다. 이후 2014년 10월 강서구 대저동 서부산나들목 이전에 맞춰 강서구 봉림동에서 경남 김해 방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국 서부산∼가락나들목 구간은 부산권역의 도시고속도로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부산~가락나들목 구간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들은 매번 1000원이 빠져나갈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실제 부신신항 주변은 물론 녹산산업단지와 연계된 강서구 일대 산업현장 곳곳을 이어주는 연결 도로를 이용하는 부산과 경남의 수많은 운전자는 ‘통행세’를 강제 징수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 여기서 지방 경쟁력 강화와 수도권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서부산∼가락나들목 구간 무료화가 필요하다는 시의회 주장에는 눈길이 간다. 무료 운영 중인 전국 고속도로 시설 12개 노선 18개 구간(162㎞) 가운데 82.7%(134㎞)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 강남권의 한남~양재 구간(7㎞)은 이미 2002년 고속도로 기능 상실과 유지 및 관리의 어려움으로 서울시가 관리하면서 무료 통행이 허용됐다고 한다.

최근 5년간 서부산∼가락나들목 하루 평균 교통량은 6만1537대로 집계됐다. 연간 통행료는 170억 원에 달한다. 곧 준공될 에코델타시티 입주가 시작되면 이 구간 통행 차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주민과 강서구 일대 산업현장으로 출퇴근하는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수송업계 관계자들의 이 구간 통행료 무료화 요구에는 분명한 당위성이 있다. 앞서 국제신문도 2020년 시의회와 ‘지방자치 부활 30주년’ 공동 기획 시리즈로 이 문제를 집중 보도했지만,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미온적인 대처로 여전히 표류 중이다. 선거 정국을 앞두고 관련 현안이 다시 부각됐다는 게 영 마뜩잖지만, 서부산∼가락나들목 통행료 무료화를 이제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