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일랜드 출신 전설적인 록 밴드 U2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했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곡으로 ‘Sunday Bloody Sunday’(일요일 피의 일요일)를 선보였다. 반전과 평화를 주장한 U2의 상징 같은 노래 중 하나다. 1972년 1월 30일 일요일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영국 공수부대가 비무장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퍼부어 14명이 사망한 사건을 담았다. 1983년 이 노래를 발표했고,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타임 선정 ‘최고의 저항 노래 10’, 롤링 스톤 선정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곡’에 들었다. 특히 리더인 보컬 보노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UFC에서 활약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의 입장곡으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 밴드 크렌베리스의 1994년 발표곡 ‘Zombie’도 반전과 평화 메시지를 전한다. 1993년 아일랜드에서 폭탄 테러로 어린이들이 희생당한 사건이 계기였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이 1963년 발표한 ‘Blowin’ in the Wind’도 반전 노래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바람 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반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노래는 존 레논이 1971년 발표한 ‘Imagine’이다. “Imagine there’s no heaven(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로 시작하는 첫 소절은 존 레논을 몰라도, 팝송을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전 세계는 한마음으로 반전과 평화를 외친다. 반전 노래도 함께 한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출신이 곡을 붙이고 노래까지 부른 세계적인 진혼곡 내지 반전 노래가 있지만 정작 지금 우크라이나를 위해 노래할 수 없다. 그 노래는 우리나라에서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알려진 ‘백학’(러시아명 ‘벨르이 쥬라블’)이다. ‘우우우우우’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2차 대전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참가했던 러시아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 감자토프가 쓴 시에 우크라이나 출신 얀 프렌켈이 곡을 붙였다. 노래를 부른 이오시프 코브존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 가수로 칭송받았던 코브존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친러 행보를 보여 고국인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빚었다.

지금 세계는 우크라이나 땅에서 군가가 아니라 ‘Imagine’과 ‘Sunday Bloody Sunday’, ‘백학’이 울려 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