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 이행을 재확인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과 예금보험공사도 동반 이전해야 부산 금융중심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산 주요 공약에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지원과 함께 공공기관 부산 이전 적극 추진이 포함돼 있다. 윤 당선인이 공공기관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산은 이전이 해당 공약의 핵심인 만큼 수은과 예보 등의 이전 추진을 암묵적으로 강조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국책은행 노조가 산은의 부산이전을 반대하며 공동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런 이유다. 산은, 수은, 기업은행, 수협중앙회 노조가 참여하고 있는데 산은의 부산 이전이 현실화하면 연쇄 이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주력 산업을 지원하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는 국책은행이다. 이런 산은이 이전하면 금융중심지 부산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지난 2009년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BIFC (부산국제금융센터) 건립과 함께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 금융기관들이 이전됐다. 하지만 금융회사나 국책은행, 외국계 은행 본점 등이 없어 금융집적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가 금융전문가 50인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78%가 “금융중심지 지정 후 외형적으로 성장했으나 선진화, 국제화 등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고 혹평한 바 있다. 산은이 본점을 이전해 중심 금융기관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부산 울산 경남은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 중심지로서 산은 이전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업 지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산은 뿐만 아니라 수은, 기은, 예보 등 관련 금융공기업이 함께 와야 한다. 산은 노조가 주장하는 업무효율성 저하와 인재 유출을 합당한 근거라 하겠는가. 오히려 산은 부산 이전은 국가균형 발전 차원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공약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금융기관이 대거 온다면 청년층의 이탈을 막고 지역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이 이사회나 주요 행사를 서울에서 하는 것을 봐도 ‘무늬만 부산 본사’라며 산은 이전 효과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단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과 관련 공공 금융기관이 함께 이전하면 부산의 금융중심 네트워크가 튼튼해지며 이런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역대 정부에서도 추진했으나 노조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노조 논리보다 중차대한 균형발전의 필요성이 시대적 과제다. 윤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산은을 비롯 금융공기업의 부산 이전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