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가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등한 국제유가 탓에 물가 오름세가 한층 가팔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6(2020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2월까지 5개월간 3%대를 유지하다 상승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3월에 결국 4%대를 찍은 것이다. 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특히 외식물가 상승률 6.6%는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소비 수요 회복과 국제 곡물 가격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이 누적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보였다. 부산의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3.9% 올랐다.

3월 고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기름값이 30% 이상 급등하고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폭등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따른 대외 물가 상승요인이 커 물가 상승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어 더 큰 문제다. 이달부터 오른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반영된다면 물가상승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이 온몸으로 느끼는 체감물가는 4.1%라는 숫자를 뛰어넘는다.

이에 따라 서민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서민의 주식인 쌀·채소류 등에 이어 시중 음식값, 학원비까지 덩달아 뛰어 가계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치솟는 경유 가격으로 인해 덤프트럭, 트레일러, 화물차 운행을 접은 차주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날 물가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유류세 인하 폭 30%로 확대, 경유 유가 연동 보조금 한시 지원, 차량용 부탄(LPG) 부과금 30% 감면 등 ‘고유가 부담완화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금보다 치솟으면 유류세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면밀하고 종합적인 물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여야는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최대 50조 원 규모로 편성할 예정이다. 신속한 피해지원을 위해 추경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으나 대규모 유동성 공급으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어 걱정이다. 추경 규모를 합리적인 선에서 줄이고 시기도 탄력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물가안정을 협치의 지렛대로 삼아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권 교체기의 고물가를 놓고 자칫 정책적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새 정부 초기에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향후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