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 윤석열 정부가 시작된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너지전환’ 정책을 뒤집고 ‘탈원전 백지화·원전 최강국 건설’을 공언해왔다. 부울경 지역에선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사용후핵연료의 원전 부지 내 중간저장’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윤 정부 출범 전 인수위나 선거캠프 인사가 ‘백지화된 삼척·영덕에 원전 건설 재추진’이나 ‘충남 당진 등 석탄화력발전소 지역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추진’ 발언으로 이 지역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언론에 비친 윤 정부의 친원전 정책에 ‘지역’과 ‘시민’ 그리고 ‘안전’이 안 보인다. 원전산업 부흥만 생각하고, 원전 입지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원전 안전에 대한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인 부울경 주민은 불안감을 거두기 힘들다.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부울경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15년 여야 할 것 없이 하나 돼 ‘고리1호기 폐쇄 부산범시민운동’으로 박근혜정부로부터 영구정지 결정을 이끌어냈다. 고리2호기는 수명 만료 즉시 폐로해야 한다.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첫째,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사실상 경제적 실익이 없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고리2호기 수명 연장 경제성 분석은 ‘10년간 가동에 1600억 원 흑자’이다. 설비 보완 비용에 3000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주식회사 한수원의 이익 창출을 위해 10년간 주민을 불안 속에 살게 한다는 건 ‘상식’과 배치된다. 지금 세계는 ‘탈원전에너지 전환’이 대세이고, 원전산업은 사양 산업이다. 원전 단가는 계속 상승하는 반면 태양광·풍력발전 단가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전 세계 415개 가동 원전의 평균 수명은 30.9년, 196개 폐로 원전의 평균 수명이 27.1년이다. 40년 돌렸으면 충분하다. 1000조 세계시장이라고 하던 원전폐로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적절한가.

둘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처분장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수명 연장으로 폐기물만 더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고리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지난해 3분기에 83.8%에 달했다. 조만간 원전 외 지역에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지 않는다면 부울경은 사실상 ‘영구 핵폐기장’이 될 공산이 크다. 전국 1166명의 원고가 지난 3월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상대로 ‘사용후핵연료 부지 내 저장계획’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셋째,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부울경 주민의 의사를 철저히 무시한 일방적 방침이며 민주적 절차를 밟지 않으면 지역주민이 수용하기 어렵다.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나 안전 규제의 강화, 공론화 절차 등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설령 경제성과 안전성 모두 확보되더라도 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수명 연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지역 희생을 기반으로 한 원전정책은 지역분권형 에너지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그것이 ‘공정’아닌가. 윤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자신한다면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에 장기적 전략을 갖고 EU 기준에 맞는 원전 건설 추진을 제안한다.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는 윤 당선인은 국정 책임자로서의 ‘균형적 감각’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원전에 매몰돼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부울경에선 다시 ‘고리2호기 폐쇄 범시민운동’의 깃발을 올리게 될 것이다.

김해창 경성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