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지난 13일 해저도시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함께 추진하는 이 사업은 미지나 다름없는 해저 공간을 개척해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겠다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해양 분야 선진국들은 해저도시 건설 연구나 계획을 우리보다 먼저 시작했다. 그 중에서 관광 분야 개발은 이미 상업화했다. 피지의 ‘포세이돈 해저 리조트’나 괌의 ‘피시 아이 마린 파크’, 이스라엘의 ‘레스토랑 레드 시’, 두바이의 ‘아틀란티스 더 팜 호텔’, 몰디브의 수중 스파 ‘후 바펜 푸시 몰디브’, 싱가포르의 ‘리조트 월드 센토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해저도시라 할 수는 없다. 바다속을 모티브로 한 관광시설일 뿐이다.

일부 지자체도 울산과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은 해상도시, 인천은 내항과 연결된 해저도시를 만들려 한다. 이는 식수와 에너지 등을 육지로부터 공급받는 형태다. 울산이 추구하는 자립형 해저도시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울산은 육지와 완전히 독립된 바다속 거주 공간 건설을 목표로 한다. 해저도시 건설 사업은 1차로 2026년까지 국비 포함 총 373억 원이 투입된다. ‘수심 50ｍ, 5인 체류’ 기술력 확보와 ‘수심 30ｍ, 3인 체류’ 실증이 가능한 모듈형 해저 거주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KIOST 외에도 현대건설 SK텔레콤 등 기업과 KAIST 한국해양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23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다.

시와 KIOST는 올해부터 해저공간 성능 시험장(Test-bed)의 지질·해황 특성 파악과 수중 구조체 설계 작업을 거친 뒤 2026년까지 설치와 실증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2단계(2027~2031년)는 수심 50~200ｍ 아래, 1500㎡ 면적에 5~30명이 30일간 체류할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울산 해저도시가 예정대로 조성될 경우 세계 최고, 최대 수준이다.

해저에 거주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구조물이 엄청난 수압을 견뎌야 한다. 바다속 수압은 수심 10ｍ에 1기압씩 올라간다. 100ｍ 아래로 내려가면 100ｔ의 무게가 누르는 압력이 가해진다. 당연히 이런 수압을 견디는 재료나 자재를 만드는 기술과 능력, 그리고 최고의 건설 기술력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수중 건설 로봇 등 첨단 해양플랜트 기술을 비롯해 조선 전자통신 에너지 저장·활용 등 다양한 분야 기술 융합이 필요하다. 21세기 현재 개발돼 있는 모든 최첨단 과학 및 공학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비용이나 공사 난이도, 위험성 등이 우주도시 건설에 비견되는 이유다.

해저도시는 기술적 조건 외에도 입지여건도 거의 완벽해야 한다. 우선 탁도 조위(조수 흐름에 따라 변하는 해수면 높이) 수온 등 해양환경이 수중작업에 적합하고, 최근 20년간 해저 지반 침하 이력이 없어 재해 안전성이 높아야 한다.

태풍 지진 해일의 위험성도 고려 요소다. 태풍 바람 파도 등은 수심 30ｍ 이상에서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바다 수면 외부 기압과 내부 압력 등을 고려하면 30~100ｍ가 해저도시 건설에 최적 수심이라는 게 해양학계의 중론이다. 그런 면에서 울산 앞바다는 요건들을 대부분 충족하는 동시에 세계적인 해양플랜트 기술을 지닌 조선사까지 있어 해저공간 조성의 최적지다.

시는 이번 사업을 통해 해저공간 입지 분석·선정, 수중 무인 시공, 수중 에너지 공급 및 통신, 해양 관측·계측, 체류자 건강 유지, 거주 안전성 보장 기술 등을 두루 확보하기로 했다. 이런 성과가 비록 해저도시 건설을 위한 걸음마에 불과할지라도 이를 통해 축적된 기술로 이 분야 선발 주자인 선진국들을 추월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이 사업으로 해저도시 건설의 원천기술 확보는 물론 지진과 해일에 대비한 ‘해양 관측 예보 시스템’ 구축, 에너지 효율과 안정성이 높은 ‘수중 데이터 센터’ 운영, 해양문화 체험 관광 등의 연계 사업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다. 아틀란티스는 이제 전설에서 실현 가능한 현실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