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장애인을 위한 교통수단 및 콜택시 서비스인 ‘두리발’과 ‘자비콜’이 나흘째 마비됐다. 두 서비스를 안내하는 서버가 지난 17일 새벽 해킹을 당해 가동이 중단된 뒤 지금까지 복구가 안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각·신장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를 공급하는 부산시설공단은 대책이 막연하다.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한다. 교통 약자를 위한 ‘공공’ 서비스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문제는 시설공단으로부터 두리발과 자비콜을 수탁 운영하는 업체의 서버가 해킹에 멈춰서면서 불거졌다.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하지 못하게 한 뒤 복구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해킹이라고 한다. 해커는 운영업체에 복구 키를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고, 업체가 이에 응했지만 아직 서버가 복구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차량 호출 서비스가 중단돼 바깥 출입을 못하는 장애인이 속출하고 있다. 정기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장 투석 환자를 비롯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신장장애인협회는 “신장 장애인은 일주일에 많으면 세 번 병원에서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인공투석기로 몸 속 독소와 전해질을 제때 걸러주지 않으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다”고 했다.

두리발과 자비콜 수요는 하루 평균 이용건수가 각각 1000여 건, 3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많다. 이런데도 시설공단은 속수무책이다. 지나가는 자비콜 차량을 잡아서 이용하거나 아는 운전기사에게 연락해 배차를 받으라고 했다. 서비스 공급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장애인들에게는 절망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한 시각 장애인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지나가는 차를 잡을 수 있느냐”며 “택시기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해놓지 않은 사람은 호출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비스 시스템의 보안은 물론 사후 관리도 부실하기 이를 데 없다. 무방비, 무대책이나 마찬가지다.

서비스 수준은 낮은데 비용은 비싼 편이다. 자비콜의 장애인 부담률은 35%다. 반면 서울(25%), 울산(32%), 대전(33%) 등 다른 시·도는 이를 밑돈다. 부산은 택시기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당초 장애인 수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1500원을 지급했으나 2021년 폐지했다. 서울은 기본 500원에 8700원 이하의 가까운 거리에는 500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대전의 수수료는 건당 1000원이며, 인천은 운행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콜택시 서비스는 2012년 부산이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다른 시·도의 서비스는 부산을 본받아 만든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부산의 서비스 수준은 다른 시·도에 점점 뒤떨어져 간다. 급기야 보안에 구멍이 뚫려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부산시 장애인 복지 정책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해킹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물론 인식조차 안돼 있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