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부산신항에서 주재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내용에는 관심을 끌 만한 대목이 많다.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 원에 달하는 무역금융 공급과 부산신항 수출화물 반입 기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의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이다. 부산신항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정부의 비상경제회의가 열린 것도 이례적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전선의 관문에서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을 내놓았다는 데 각별한 의미를 둘 만하다.

산업통산자원부가 기획재정부·중소벤처기업부·해양수산부·관세청과 공동으로 발표한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은 수출 활동 총력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바른 설정이라고 본다. 이 가운데 대중 수출 감소와 반도체 가격 하락, 에너지 가격 급등을 ‘무역 3대 리스크’로 중점 관리하고 민관 합동 수출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오는 10월 총리 주재의 ‘무역투자전략회의’를 가동하기로 한 부분에는 관심이 쏠린다. 이들 3대 리스크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대중 수출 활력 회복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서비스 등 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나라 안팎에서 불어닥친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을 정부가 기업 등과 합심해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산업부를 중심으로 무역투자진흥공사·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구성된 수출현장 지원단을 곧 가동하겠다고 한다. 수출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실질 활동을 바란다.

정부는 수출기업이 겪는 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 등 다양한 지원 대책도 내놓았다. 무역보험 연간 체결한도를 조정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늘린 데 이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증한도는 50억 원에서 중소기업은 70억 원, 중견기업은 100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친환경·자율운행 선박, 친환경차, 시스템반도체 등 수출 주력산업 분야에 2026년까지 기술개발(R&D) 예산 약 3조7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현실정에 맞는 수출경쟁력 강화 방안이 눈에 띈다. 장치율(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을 고려해 부산신항의 수출화물 반입 허용 기간을 3일에서 4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하니 수출 현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이 밝지는 못하다”며 “물류·마케팅·해외 인증 관련 수출현장 애로 해소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수출경쟁력 대책이 다짐에서 그치지 않고 성과로 연결돼야 할것이다. 특히 산업은행의 조속한 부산 이전을 통해 세계적인 무역도시에 대한 금융 지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된다. 후속조처가 구체적으로 실현될 경우 세계적인 항만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