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이 국내 암 치료의 메카로 거듭날 전망이다. ‘꿈의 암 치료기술’로 불리는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를 조성 중인데 이어 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수출용 신형 연구로와 동위원소 활용 연구센터가 건설될 예정이어서다. 연구로가 들어서면 현재 외국에서 수입하는 동위원소의 국산화는 물론 수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제 부산시·기장군·한국원자력연구원과 연구로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을 맺고 동위원소 국산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동위원소는 단층촬영 등을 통해 인체 장기의 정보를 얻거나 치료하는데 쓰이는 물질이다. 과기정통부는 7428억 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소형 원자로(연구로)를 지어 이를 생산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2024년까지 동위원소 활용 연구센터도 건립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장군이 세계적인 동위원소 생산·연구·산업화의 중심 클러스터로 성장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말을 꼭 실천하기 바란다. 그러려면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분원을 기장에 설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장군이 암 치료의 메카가 되려면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조성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중입자가속기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을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 치료와 달리, 탄소 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치료 부위에 쏘아 암세포를 파괴하는 기기다. 3대 난치암(췌장암·간암·폐암)과 직장암, 골육종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여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날카로운 명사수’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중입자가속기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 중국 등 일부 의료 선진국만 보유하고 있다. 이런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를 2019년 서울대병원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건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장군이 2010년 국내 처음으로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건립지로 선택됐지만 사업분담금 확보 문제로 사업이 늦어졌다. 목표대로 2025년 가동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역별 의료 불균형은 심각하다. 2020년 부산에선 57만4000여 명의 환자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치료를 받았다. 그 중 암환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이로 인한 치료비 유출액은 7760억 원에 달한다.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수출용 신형 연구로, 동위원소 활용 연구센터 등 암 치료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면 환자 유출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 지역 환자의 유입도 기대된다. 현재 국내에서 기장 서울(연세의료원) 제주(제주대병원) 등 3곳만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 상태라 영·호남의 암 치료 수요를 기장으로 끌어들일 개연성이 높아서다. 더 나아가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환자를 유치할 수도 있다. 부산이 동북아시아의 의료 메카로 우뚝 서는 원대한 꿈을 실현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