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2030 엑스포 유치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엑스포의 개최 자체가 하나의 큰 이벤트이기는 하지만, 이미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들어선 2030년의 대한민국은 과거 개도국 시대의 올림픽 유치와는 차원이 달라야 한다.

과거에는 올림픽 아시안게임이나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해외에 알리고, 또 유치 지역에서는 이를 계기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생활환경이 급격히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전시적 효과를 위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것은 국가 위상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행사를 계기로 부산에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국가나 도시의 발전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게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행사 유치와 행사를 원활하게 치르는 데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엑스포를 계기로 부산의 장점을 극대화해 이를 산업화하고, 행사 이후에도 수십 년 문화적·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찾아 나가야 한다.

엑스포의 효과를 여러 방면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우선 볼거리 면에서 부산은 주변의 경남 경북 전남 등과 연계한 해양관광에서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마침 부산시가 수상도시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지만, 천혜의 자연자원을 활용하고 수상도시와 같은 인공자원을 아우르는 해양관광상품의 개발은 어떻게 구상하고 실현하느냐에 따라서는 행사를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국내외 관광수요를 끌어들일 수도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엑스포 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유치하면 무엇이 다른지를 분명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 해양관광은 부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미래 먹거리와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해양관광을 위해서는 자연자원을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를 관광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유·도선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해양관광의 현장으로 공간을 이동시키고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쾌적한 수단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현재 유·도선안전협회에 소속된 유·도선사업자는 69개 사에 달하고, 이들이 운항하는 선박은 총 163척이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유·도선도 있으므로 실제 사업자와 운항 선박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도선의 운항과 사업은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르게 돼 있는데, 이 법의 소관 부처가 행정안전부의 안전제도과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산업으로서의 정책 수립보다는 유·도선의 안전에 무게 중심을 둔다. 또 이 법에 따라 내수면 유·도선에 대해서는 내수면이 속한 지방자치단체가, 해수면 유·도선에 대해서는 해양경찰청(해양경찰서)이 유·도선 안전행정과 유도선 사업자의 지원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유·도선사업자를 위한 정책 수립이나 집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심이 안전지도에 있기 때문에 미래 지향적 산업정책을 추진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으로 보인다.

과거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인식될 당시에는 충분히 그 기능을 다 해왔다고 볼 수 있지만, 유·도선사업을 해양관광과 연계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광역 단위는 물론 기초단위의 각 지방자치단체의 산업정책과 연계해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단기정책을 집행하지 않으면 그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마침 부산이 2030 엑스포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기에 유·도선 사업을 해양관광과 연계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 전환에는 적당한 시기라고 본다.

당장 주무부처를 변경하거나 법령을 개폐하지 않더라도 국가가 5년 단위의 유·도선산업 발전 기본계획과 1년 단위의 실천계획 수립을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 명시하고, 5년 단위 기본계획에는 반드시 각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수렴해 수립하며, 이에 따른 실천계획에 따라 중앙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 아래 각 지자체가 정책을 실행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