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9000곳이 넘는 무단 증축 건물이 있다고 한다. 불법 건축물에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지난해만 120억 원이 넘는다. 이 중 다중이용시설이 밀집된 현장에서 주점 영업을 하는 건물이 도로를 무단 점거하는 경우도 있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대부분은 원상 회복이나 철거 대신 이행강제금만 매년 내고 불법 증축 건물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157명 희생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참사 피해 규모가 늘어난 데는 주변 호텔의 불법 증축이 한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관할 지자체는 강제 철거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행강제금만 부과했다. 불법 증축 건물을 계속 방치할 경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부산시가 집계한 무단 증축 건물은 9091곳에 달한다. 지역별로 강서구가 1096곳으로 가장 많았다. 도심 외곽에서 사용 중인 창고나 음식점이 상당수 차지했다. 시내 번화가의 다중이용시설도 불법 증축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젊은 층이 몰리는 부산진구 서면 일대를 비롯해 해운대구와 동래구 등지 좁은 골목의 불법 증축 건물 배짱 영업이 행해지고 있다. 부산에서 부과된 이행강제금은 2020년 120억1070만4000원에서 지난해 121억634만1000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56억306만5000원이 새롭게 부과됐다. 일선 구·군은 한 번 단속된 건물에 대해 불법 사항이 시정되지 않으면 매년 말 이행강제금을 다시 부과한다. 건축물 업주 고발이나 운영 정지 요청 같은 적극적인 대처보다는 금전 수단을 통해 이행을 간접적으로 촉구하며 행정절차에 치중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해밀톤호텔 옆 골목 폭이 좁아진 ‘병목 현상’ 탓이 크다. 골목 위쪽은 폭이 5ｍ 이상이지만, 아래쪽은 3.2ｍ에 불과했다. 건축법상 도로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폭이 4m 이상이어야 하는데, 불법 건축물 때문에 그 이하로 좁아진 게다. 2013년 불법 사실이 적발됐다. 용산구는 지난 9년간 5억553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반면 호텔 측은 연 평균 5617만 원을 구청에 납부하면서 영업을 지속했다. 이렇게 얻은 임대료 등의 수익(코로나19 발생 이전 2019년 9억5000만 원)은 이행강제금보다 훨씬 많았다. 이태원 골목 일대 건물 상당수가 무단 증축 등 불법 상태다. 이 때문에 내리막 골목길에서 인파가 뒤엉키면서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불법 건축물은 건축주나 당사자 동의 없이는 철거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기득권 요구도 만만찮다. 일선 지자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때마다 철거 등 시정을 요청하지만 돈으로 해결하기 일쑤다”고 했다. 불법 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위반 행위자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주고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행위를 금전적인 제재로 그친다면 문제다.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