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타났다. 8월 8일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쏟아져 도로와 지하철이 침수됐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는 하루에 381.5mm의 비가 쏟아졌다. 서울의 연평균강수량이 1417.9mm인 것을 고려했을 때 이는 1년 동안 내릴 비의 약 30%가 하룻밤 사이에 쏟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남부지방은 가뭄으로 고생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기상가뭄은 281.3일 나타나며, 1974년 이후 역대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됐다. 부산에는 이처럼 일상을 멈출 만큼의 커다란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부산은 기후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부산진구 시민공원 남문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국제신문DB

기상청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최근 10년(2011~2020년)간 부산의 연평균기온은 관측을 최초로 시작했던 과거 10년(1912~1920년)에 비해 1.8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계절의 길이도 변했다. 과거 10년 대비 최근 10년의 여름은 132일로 21일 길어졌고, 반면 겨울은 19일 짧아진 53일로 두 달이 되지 않는다. 이제 겨울이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졌다.

이와 같이 부산은 점점 더워지고 있고, 계절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용히 강수 패턴도 달라졌다. 최근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은 줄었지만, 한번 내리면 많은 양이 쏟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강수 강도를 살펴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강수 강도는 1년 동안 내리는 총강수량을 1mm 이상 강수가 관측된 일수로 나눈 값을 말한다. 과거 10년(1912~1920년) 부산의 강수강도는 18.0mm/일이었으나, 최근 10년(2011~2020년)은 20.6mm/일로 증가했다. 강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지고 있음이 수치상으로 확인된다. 더불어 부산의 지난 109년 평균 강수강도는 19.0mm/일로 전국 평균(15.8mm/일)보다 강했으며, 부산은 미래 기후전망에서도 21세기 후반기 17개 광역시·도 중 강수강도가 가장 강한 지역으로 꼽혔다.

이처럼 평소 일상에서는 변화를 느끼기 어렵더라도, 기후요소와 숫자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내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의 기후가 변화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랜 시간 쌓여 온 기상 관측자료가 기후변화를 무게감 있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상청은 이러한 수치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기후변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리고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 변화의 피해를 받게 될 미래세대를 위해 학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지구를 지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의 원인과 현재 지역별 현황 및 미래정보를 보여주며 탄소중립의 필요성을 이해시켜 주고 있다. 또한, 기상과학관을 통해 기후변화를 몸소 체험하며 스스로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카드뉴스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기후변화 이슈를 활발히 전달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서서히, 때로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며 진행되고 있다. 기상청은 꾸준히 축적한 기상청만의 자료를 활용해 눈앞의 기후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할 것이며, 앞으로도 국민과 함께하는 기후위기 알리미 역할을 꾸준히 이어 나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