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입양’ 후 행복하단다. 집에 가는 게 즐겁고 사람 사는 맛이 난단다. 입양 결정, 정말 잘한 일 같다고. 딸 하나 있어도 문제없었지만 동생 오니 딸이 더 좋아한다고. 내친김에 내게도 권한다. 생활비 많이 들지 않느냐니, 생각보다 그렇지 않단다. 하나보다 둘 입양이 낫다, 혼자면 늘 같이 놀아줘야지만 처음에 힘들어도 둘이 잘 놀고 장점이 더 많다, 요즘 병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예방주사도 스케줄대로 하면 된다 등등. 한참을 신나 한다.
아파트 벤치에서 이웃 둘이 만났다. “안녕하세요. 노을 엄마.” “하늘 아빠도 잘 지내시죠”. “예, 우리 애가 오늘 잘 먹고 착한 짓만 했어요.” “아유 좋으시겠네요. 우리 애는 오늘 영 컨디션이 안 좋아요.” “저런, 왜요” “계속 칭얼대는 게 소화가 잘 안되나 봐요.” “어쩌나, 표정도 좀 안 좋아 보이네요. 소화제부터 먹이고 병원 데려가 보세요.” “예, 오후에 그러려고요.”
‘우리 애’도 ‘입양’도 반려견 이야기다. ‘사람보다 개가 더 좋다!’ 오래전 독일 유학 시절 어느 집 문에 붙은 문구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신기하고 놀라서 통신원 칼럼으로도 썼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사람보다 개가 좋다니. 독일은 고도의 핵가족 사회라 개인주의가 팽배해 사람 못 믿고 개를 더 좋아한다. 얼마나 외로우면 그럴까. 타산지석에 반면교사 삼아 우린 달랐으면 했다. 이후 20년 정도 흘렀는데 지금 한국에서 누가 사람보다 개가 더 좋다고 말한다면 어떨까. 아마 고개를 끄떡이거나 “나도 그래” 하면서 신나게 맞장구쳐도 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반려동물 천만시대’의 풍속도다. 관련 티브이 프로도 인기며 마켓의 전용 코너는 당연하고 반려동물 무인점까지 심심찮게 보인다. 친자식보다 반려견을 더 많이 키우는 ‘개편한 세상’이라는 말도 있다. 동물 좋아하는 사람은 원래 적지 않았다. 한데, 집 지키는 개에서 애완동물로, 뒤이어 반려동물로 정체성이 순식간에 가파르게 격상하고 동물권과 동물노동, 반려동물 우울증을 넘어 동물변호사까지 등장한다. 동물이 급기야 권리 주체이자 자식 반열에 오른 것이다. 1인 가구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키우는 이유로는 ‘좋아서’와 ‘외로워서’가 나란하다. 그게 다일까. 사회적 안전망이 약해지거나 무너진 것도 무관하지 않고 사람 간 적대와 혐오가 팽배해진 것과도 관련 없지는 않을 듯하다. 상처를 주고받기 십상인 인간에 비해 반려동물은 나만 사랑해 주는 존재임은 하나 마나 한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의 그러한 감수성 변화를 좀 더 근본적인 문제와 연결해 볼 만하다. 인간이 동물을 비롯한 자연계를 대하는 방식과 관점의 전환이 요청되는 측면을 무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인류세’ 이후 인간이 환경을 이용하고 파괴해 지구를 바꾸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동물을 포함한 자연 세계 전체를 지배하고 착취해 왔던 인간의 역사는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무시무시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인간이 박쥐 서식지를 침범하며 불러낸 코로나로 지난 3년여 동안 수많은 인간의 죽음과 관계 단절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고 산업발전과 난개발의 결과인 기후위기는 인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꺼지지 않는 산불, 빈번해진 폭우와 폭염, 한파, 급속한 해수면 상승 같은 현상은 인간 삶을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금 인류는 ‘종말의 빙하’를 향해 달려가는 ‘지구 타이타닉호’의 승객처럼 보인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동물이나 여타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 인류 스스로를 구하는 첩경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동물의 반려화는 모든 동식물을 그리 대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 생존에 필요하다는 인식과 각성의 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
여하튼, 반려동물과 함께해야 살맛이 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매년 버려지는 반려동물 숫자가 10만을 넘게 헤아린다. 귀한 존재라면 입맛대로 선택하고 버릴 수 없다. 개는 잘못이 없다. 전부 사람의 죄다. 비단 동물 문제만이 아니다. 하루걸러 사람으로 인해 끔찍한 사건 사고가 난다. 아파트가 무너지고 산업현장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인재로 죽는다. 생때같은 사람 159명이 깔려 죽은 참사에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다. 사람이 개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모양새를 보면 이렇게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다. ‘사람보다 개가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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