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십 년 후 한국은 없다. 이 루머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한국인 혈통을 가진 한국인 대신 다른 사람들이 이 땅에 들어와 한국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은 정부가 이민정책과 영주권과 시민권을 재정비해야 할 때, 시민이 다양성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한국인의 얼굴은 더 다양해 질 것이다. 선진국은 다인종사회로 이행한다. 다인종사회에 서서히 연착륙하고 싶다면, 당장 국내결혼정책을 바꾸고, 더 늦기 전에 교육정책을 바꾸고, 인구분산정책, 지방자치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기업과 학교의 지역 재배치정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 의하면 2022년 합계 출산율은 0.78이다. 시도별 합계 출산율은 서울 0.59, 부산 0.72, 강원 전남 0.97, 세종 1.12다. 서울 부산 출산율은 전국 출산율보다 낮다. 인구밀도와 출산율은 반비례한다.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다. 인간이 인간을 재생산하고 싶은 동기유발이 쉽지 않다. 치명적 이유로 공간이 인간보다 비싸다. 부산은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을 외부로 몰아낸다. 청년공동화 현상이 심각하다. 강원과 전남은 인구밀도가 낮다. 비도시권 한국인 남성과 혼인하는 한국인 여성이 줄어든 대신, 외국인 신부의 출산 기여도가 높다. 세종은 안정된 공직과 더불어 인구밀도가 낮은 계획신도시라는 장점이 있다. 인구분산정책이 먹히는 증례다.

출산율 저하가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다. 생명의 생성 초기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당한 시대적 집단 트라우마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초반 청년들이 태어날 무렵, 전통적 남아선호는 사상이라 불릴 정도로 극심했다. “Boys, Be Ambitious” 야망은 남성의 몫이었다.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국가가 앞장서 계몽하자 태아일 때 살해당하는 여성이 생겨났다. 자궁은 일방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생존 경쟁의 전장이었다. 그 무렵 태어난 여성은 태아감별 제노사이드에서 살아난 행운의 전사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이 얄팍한 표어에서 국가는 남성과 여성을 무의식적 경쟁자로 설정한다.

전업주부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낮았다. 여성도 존중받기 위해서 사회에서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는 추세는 딸을 치열한 경쟁대열로 몰아넣었다. “Girls, Be Ambitious!” 야망은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딸은 가정보다 사회를 선택하는 쪽으로 내몰렸다. 남과 여는 사랑의 대상이기에 앞서 경쟁의 대상이었다. 생존비용은 더 많이 필요해졌다. IMF와 금융위기가 강타했다. 가장 많은 양육비가 들어갈 무렵 그들은 부모의 경제위기와 불안을 함께 겪었다. 팬데믹 역병은 청춘남녀가 만날 기회를 박탈했다. 경제 불안에 더해진 생존 불안은 끌어안아야 할 사이에게 밀어내야 할 거리를 요구했다.

싸움의 이유도, 싸움의 본질도, 싸움의 기술도 모른 채 삶의 전쟁터에 던져진 청년들은 더 이해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만나는 공간과 시간이 확대되어야 한다. 청년들이 더 자주 만나고 헤어지고 오해하고 이해하고 싸우고 용서하고 견디고 기대고 믿고 다시 싸우고 배려하기를 반복해도 죽지 않는 광장이 열려야 한다. 교육은 영혼을 끌어다 바쳐도 모두가 패배하는 경쟁의 시장으로 청년들을 내몰기를 멈추어야 한다. 사회는 연금을 생산하고 노인을 부양하는 도구로 청년을 바라보기를 멈추어야 한다. 춤과 노래조차 점수로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떠나, 청년들은 몸으로 춤추고 노래해야 한다.

사회의 존망을 결정하는 도구로서의 출산이 아니라 목적으로서의 사랑이 먼저다. 서로가 이기는 윈윈 싸움은 사랑싸움뿐이다. 지고도 이기는 것이 사랑이다. 주면 줄수록 풍요로워지는 것이 사랑이다. 지금은 손해 보고 이익 보는 이해득실을 계산할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공감하는 사랑 그 자체가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것을 가르칠 때, 양보하고 배려하고 용서하는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할 때, 불안과 계산기를 내려놓고 뜨겁게 부둥켜안고 영혼과 말과 몸을 섞는 사랑의 기술을 익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