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국가성장은 ‘머리로 먹고사는’ 첨단 지식산업의 경쟁력을 끌어내는 지식 창출과 인적자원의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대학교육은 외형적으로는 보편화 시대이지만, 내용 면에서 아직도 천편일률적인 경직된 구조를 보인다. 이에 다양한 경제·사회적 요구에 대응하지 못해 고객 만족도가 저하되고 생존 자체도 심각한 위협에 직면한 것이 현실이다. 1995년 대학설립준칙주의 이후 대학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지역대학일수록 이 같은 상황이 더욱 가중돼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대학 공급 초과 시대에서 다른 대학과 구별되는 경쟁력 있는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대학 스스로 혁신과 경쟁 역량 제고를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예컨대 국립대학의 법인화와 시립대학 전환, 대학 간 구조조정 등 거버넌스 개혁을 통한 과감한 대학 경쟁 체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또 대학은 더 이상 폐쇄적인 담장 속의 캠퍼스가 아니라, 다양한 학생 기업 지자체 지역사회와 상호작용하는 개방적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가 고등교육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대통령 주재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에서 발표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구축은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대학을 살리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보인다. 주요 내용은 2025년부터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절반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경쟁력 있는 지역 특성화 대학을 양성하는 ‘지역 주도’의 대학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가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에서 지자체가 독립적인 재정과 권한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으로, 교육 자치와 분권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정부는 2025년 전면 시행에 앞서 올해부터 2년간 시범지역을 지정·운영하면서 성공 모델을 수립하고 전국에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는 시범지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정부 지원에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다양한 지역 발전 혁신사업을 제안하고 선점할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 공모가 예정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캠퍼스혁신파크 사업’ ‘지자체 주도 협력체계 활성화 사업’ ‘글로컬 대학 육성·지원’ 등에 지역 대학과 함께 대응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는 지역산업과 대학을 연결하는 ‘지·산·학 협력’ 체계를 꾸준히 구축했고, 지자체 주도의 대학 지원 체계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RISE’ 시범 지역 선정에도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

최근 통계청 발표 결과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전국 광역시 중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하는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으로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서 떠나는 청년 유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지역 내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환경 확충을 위해서라도 지역대학의 혁신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하는 과제이다. 지역대학의 위축은 지역사회의 위기와도 직결된다.

부산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학 혁신을 위해서는 지·산·학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기업과 대학이 성장할 수 있는 통합적인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부산의 새로운 전략이기도 하다. 지자체가 산학협력의 촉매제가 되어 기업과 대학이 협력할 때 지역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인재 양성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산·학협력’은 지역사회-기업-대학이 공생하는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으로, 대학이 지역에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어떤 기능을 해야 할지, 산업이나 경제와 어떻게 결합되어야 할지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바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고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는 더 이상 ‘노인과 바다’뿐이라는 지역 내의 자조적인 탄식보다는 ‘지·산·학 협력’이 이끌어가는 희망찬 부산의 미래를 노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