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이 되면 고리2호기는 40년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수명연장을 당연시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 2월 7일 이사회에서 핵폐기물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저장하는 일명 건식저장시설 설치를 승인했다. 고리원전이 설치된 우리 지역은 상상 이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세계에서 원전 밀집도가 가장 높고, 원전 규모 대비 30㎞ 반경 인구수도 세계 1위이다. 국토 면적 당 원전수는 일본의 2배에 이른다. 정부는 기왕에 원전도 있으니 핵폐기물까지 모두 떠안으라고 한다. 소위 원전 전문가들은 말한다. 원전은 안전하다고, 진도 7.0에도 버틸 수 있는 안전한 저장시설과 대비를 통해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우리 지역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자. 부산을 비롯해 우리나라는 결코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기후위기로 인해 폭우와 태풍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고, 핵발전소에 대한 어떤 위험이 도래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대부분의 사고는 인재로부터 시작된다. 원전 관련 각종 사건사고 중 고리 1, 2호기에서 가장 빈번히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원전부품 비리는 물론 크고 작은 사고를 투명하게 조사하고 시민의 알권리보다 숨기기에 바빴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핵발전소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핵폐기물, 당장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력 소비를 위해 우리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미래를 물려주려 한다.

지금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핵발전소의 위험과 관련되어 있지만, 지역 간 불균형의 문제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왕에 원전이 있으니 핵폐기물도 같이 안고 있으라는 말이 가능한 말인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원전 정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유럽에도 내륙 원전이 수두룩하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신규 원전과 핵폐기물 건식저장시설을 수도권에 건립하자! 부산에서는 안전한 원전이 수도권에서는 불안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언어도단과 같은 핑계를 대지 않기를 바란다.

특정 지역이 지속적으로 고위험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논리나 근거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현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일방적 밀어붙이기나 다름없다.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다. 안전과 경제 중 선택을 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안전을 선택해야 한다.

결정은 현세대가 할지라도 그 대가는 우리의 아이들,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한다. 우리에게 누구도 낡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도록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당장 일어나지 않은, 그러나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위험을 누가 강요하고, 누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가? 현세대는 미래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맡겨진 소명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이다.

이제라도 국가는 낡은 미래가 아닌 안전과 생명이 담보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후세대가 지금 국가와 우리에게 요구하는 목소리임을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