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해양의 효율적 이용 및 관리를 위한 자치단체의 해양관할구역 설정에 관한 법률(해상경계법)’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안병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의 목적은 해양 관할구역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고 해양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자치단체의 해양 관할구역을 명확히 설정하기 위함이다. 그간 자치단체의 해양 관할구역의 법적 경계가 불분명해 해양 경계에 대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까지 발생한 분쟁은 총 30건으로,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토지 분쟁 8건, 어업(면허어업·조업) 분쟁 16건, 공유수면 이용·개발(골재채취, 해상풍력) 분쟁 6건이다. 자치단체 상호 간의 해양 관할구역 분쟁은 이를 해결할 명시적 법률이 없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해결해 왔다. 헌법재판소는 초기에는 국가기본도에 표시된 해상경계선을 불문법상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고, 매립토지도 이 해상경계선에 따라 자치단체의 관할을 정했다. 그러나 2009년 4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매립토지는 행정안전부장관이 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관할 자치단체를 결정하게 됐다. 그러나 매립토지를 제외한 공유수면 분쟁은 여전히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에 맡겨져 있다.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은 그 결정에 4~6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리고, 분쟁 과정에서 자치단체 또는 주민 간 갈등이 악화되고 막대한 소송비용과 행정력이 낭비된다.

공유수면법은 자치단체에 관할구역의 공유수면에 대한 점용료·사용료 징수권을 부여하고, 해양수산부 관할인 배타적 경제수역의 인접 자치단체에는 골재채취나 광물채취를 위한 점용료·사용료의 50%를 지급한다. 따라서 사업 대상지의 관할이 어느 자치단체에 속하는가는 언제나 분쟁거리가 될 수 있다. 해양신도시 건설 등 공유수면에 설치하는 건축물도 다양해지고, 조업권뿐 아니라 해저케이블, 해상풍력 등 해양자원에 대한 활용도가 증가함에 따라 공유수면 점용료·사용에 대한 자치단체 간의 이해관계도 첨예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유수면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발의된 해상경계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제정되기를 촉구한다.

한편 각 자치단체는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해상경계법 제정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는 각종 조업권뿐만 아니라 해양 관할구역이나 인접 배타적 경제수역의 대규모 사업으로 인한 점용료·사용료 수입은 자치단체의 재정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대응이 다툼의 여지가 있을 해역에 대한 관리 차원이 아니라 관할 해역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논리 개발 등으로 확대될 때는 새로운 분쟁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분쟁 사전 예방이라는 입법취지에 맞게 그간 자치단체 간에 평온하게 행정권을 행사해 온 해양 관할수역의 경계를 상호 확인하고 합의하는 것에 대응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를 권장하기 위해 법률안도 자치단체 간의 합의를 최대한 우선 적용하는 규정을 둔다.

2009년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매립지 관할구역 결정 규정은 의결절차만 규정하고 실체적 결정기준을 법률로 정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기존 헌법재판소의 결정기준인 국가기본도상 해상경계선이 아닌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매립지 관할을 결정하고 있으나 결정기준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다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사례가 많았다.

해상경계법안은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해양 관할구역의 설정에 관한 원칙·기준을 정하고 있다. 해역의 이용·관리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실태 및 행정권한의 행사 내용을 고려한다는 불문법상 경계 성립을 제1원칙으로, 형평의 원칙을 제2의 원칙으로 하되 자치단체 간의 합의를 적극 반영한다. 해상 관할구역 설정기준은 해상경계법의 핵심 규정이다.

이 법의 제정이 자치단체 간 해상경계 분쟁을 유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입법과정에서 해상 관할구역 설정 원칙과 기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