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산불은 21시간 만인 어제 정오께 진화됐다. 산림청이 산불영향구역(직·간접적 추정 피해 구역)을 지리산국립공원 일부를 포함, 91㏊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한 큰불이었다. 또 현장에 투입된 진주시 소속 60대 산불예방진화대원 1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에 앞서 경남 합천군에선 지난 8일 발생 후 20시간 동안 축구장 230개 면적을 태우고 주불이 잡혔으나 지난 10일 재발화해 10시간 만에 진화됐다. 이 산불은 올해 첫 대응 3단계가 발령될 만큼 피해 규모가 컸다. 지난 주말 경남 양산 원동면, 전북 당진시 등 전국 5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겨울 가뭄으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강풍이 잦아지면서 산불 발생이 잇따라 걱정이다. 비록 어제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지만 안심할 수 없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 들어 어제까지 발생한 산불은 227건으로 평년보다 1.5배 많다. 특히 3월 들어서는 하루 1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 10건, 경남 29건 등으로 타 지역보다 산불 발생이 잦아 경각심이 요구된다. 산불은 통상 겨울철보다 봄에 많이 발생한다. 최근 10년간 산불의 65%가 봄철에 발생한 만큼 최근 산불 급증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

산불이 잦아지고 대형화하는 까닭은 기후위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기상관측 자료를 토대로 1~3월 산불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최근 20년(2000~2020년)이 과거 20년(1980~2000년)보다 산불 위험도가 높았다. 기온은 높아지고 습도가 낮아지면서 가뭄이 일상화하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산불 발생은 더욱 늘어나 국제연합(UN)은 2030년까지 14%, 2050년까지 30%, 2100년까지 50%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건조한 날씨가 산불이 대형화하는 도화선이라고 하나 산불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인간의 부주의가 컸다. 2021년 발생한 산불 653건 가운데 179건이 입산자의 실화였다. 나머지 89건이 쓰레기 소각, 69건이 논밭 태우기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산불은 소중한 인명과 재산, 수십 년간 일궈 온 산림자원을 순식간에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게다가 매년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잦은 산불에도 여전히 경각심이 낮고 예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8일 ‘산불방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정부는 다음 달말까지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불재난 국가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고의·과실로 산불 피해를 낸 가해자에게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인재로 인한 산불은 더는 되풀이 되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땜질식 방안만 나열할 게 아니라 산불 진화 방법과 장비를 고도화하고 과학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