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꽃보다 잎이다. 6월의 숲을 뒤덮고 있는 것이 초록빛이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초록이 가져다주는 마음의 균형과 조화로운 상태에 흠뻑 젖어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자연에서 얻는 이로운 점들 가운데 색채를 통한 치유를 받는 것과 같다. 가슴이 답답할 때 숲에서 안정과 여유를 느끼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색채 심리학에서는 광범위한 분야에 응용하여 적용한다. 색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고대로부터 시작된 문명이다. 마야 문명과 고대 이집트에서는 컬러를 이용한 다양한 의술과 신비술을 사용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동양 문화권에서도 음양오행에 맞춰 오방색을 사용했다. 오늘날에는 과학과 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색채진단을 통해 치유 목적에 맞게 적용해 나가는데 우리가 선택하는 옷의 색상이나 좋아하는 꽃의 색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으로도 자신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플라워 디자인에 신경 쓰는 만큼 사람들이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나 꽃이 가진 힘에 대해 끊임없이 이유를 찾곤 했다. 인간의 삶에서 꽃이라는 대상이 유희가 아닌 성찰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안겨준 색이 초록색이다. 국어사전의 표기법에 따르면 녹색과 초록, 초록색을 모두 혼용해서 사용한다. 영어로는 Green, 노랑의 쾌활함과 파랑의 숭고함이 섞인 색이다. 또한 초록색은 무지개색의 중심에 위치한 색이며 사람의 몸에서는 ‘가슴 차크라’에 해당하는데 짙은 초록색 원피스가 가장 편안하게 느껴져서 다른 색의 옷을 입을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직관을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나의 삶을 통해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렸던 색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 나의 감정과 육체적 상태에 따라 내가 선택하던 녹색의 채도는 라임 빛깔이 될 만큼 밝아지기도 했고 색채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론 의식적으로 올리브 그린색 카펫이 깔린 공간에서 머물기도 했다. 색채 치유를 경험한 것이다.

색채심리학에 따르면 초록색은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지쳐있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 눈을 통해 흡수된 초록빛의 에너지가 우리의 교감신경계에 전달되어 감정의 균형을 잡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상황을 좀 더 명료하게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마치 플라워 디자인을 할 때 그린 소재들로 화기를 채워 두는 것만 해도 꽃 작업이 수월해지는 것처럼 의식적으로 초록빛을 가까이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혹시 요즘 유난히 끌리는 색이 있는가?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어떤 색을 더 자주 가까이하며 지내는지 또는 새롭게 끌리는지를 살펴보면 현재의 심리나 몸의 상태를 알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가슴이 느끼는 것에 진실해지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용기 또한 진실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자신에 대하여 관찰자의 입장이 되어 살펴보다 보면 자기만의 진정한 삶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문득 적도의 태양 아래서 손에 쥐었던 꽃이 생각난다. 달빛 아래서 더욱 그윽한 향기를 내어 월하향(月下香)이라고도 불리는 투베로즈(Tuberose) 꽃이다. 그날의 달콤하고 다정했던 향기는 조용한 날이면 가벼운 바람에 실려 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진정한 내 삶에 대해 돌아보곤 했는데 며칠 전 숲길을 걷다가 투베로즈 꽃이 6월의 탄생화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새로운 탄생을 반기는 것처럼 반가웠다. 아마도 나는 매일 다시 태어나고 싶은가 보다.

한해의 중반이자 초록빛이 가장 싱그러운 유월! 지구와 인간에게 이로운 물질과 빛깔을 선사하는 숲의 나뭇잎들을 그저 유심히 보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초록별 지구가 준비한 자연의 색을 만끽한다면 삶의 균형과 회복과 같은 선물을 충분히 받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