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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적재적소(適材適所)

사람마다 개성과 배움 달라…적절한 책무 부여 혜안 필요

공개된 자리 부하 질책 금물, 칭찬과 격려는 큰 목소리로

신한춘 부산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 신한춘 부산시 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  |   입력 : 2023-06-13 19:53:0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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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있다. 적절한 재목을 적절한 곳에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 말을 사람에게 비유하면 마땅한 인재를 그에 맞는 적절한 지위에 등용해 쓴다는 말이다.

적재는 적당한 재목이니 적당한 나무를 집이나 건물 등을 짓거나 할 때 꼭 필요한 장소에 놓거나 사용해 집이나 건물 등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 중에서 인재를 고르고 뽑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옛날 인재를 뽑을 때 기준으로 사용했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은 하나의 참고는 될지언정 인재를 뽑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여기서 신언서판은 글자 그대로 신은 풍채와 용모, 언은 말투나 말솜씨, 서는 글씨체와 문장력, 판은 판단력을 나타내는 말이다.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기 위한 시험에서 종합적인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았던 네 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고려나 조선에서도 준용했다. 인재를 고르고 뽑는 것도 어렵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뽑은 인재를 그 개성이나 소질 기능 성향에 따라서 딱 맞는 자리나 책무에 배치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는 업무 분담이나 배치는 조직을 활성화하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나 실적이 상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바로 적재적소다. 반대로 적재적소와 거리가 먼 업무 분담이나 자리 배치가 됐다면 조직의 기능이나 능률은 저하되고 실적은 하향곡선을 나타내게 된다.

사람마다 성장과정, 개성, 품성이 다르다. 또한 배움의 과정도 다르고 그 전공이나 내용도 다르다. 자라난 가정이나 주위 환경도 다르고, 취향이나 취미도 다르다.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습관이나 인생관 또는 사물을 바라보는 눈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다. 이런 천태만상의 사람들을 한눈에 알아보고 인재를 뽑거나, 그 인재를 맞는 자리나 책무에 배치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기업을 본보기로 예를 들어보자. 과장이나 부장 등 중간 간부가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으니까 단계를 거쳐 간부가 됐다고 인정해도 간부 한 사람, 한 사람의 언행 차이에 따라 그 기업의 내부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중간 간부가 부하 직원들을 무시하거나 짓밟으면서도 윗사람에게는 손바닥을 비비는 충성일변도의 태도를 견지한다면 그 부서의 업무능력은 점차 저하될 것이고, 전반적인 분위기와 팀원들의 사기는 급속도로 저하될 것이다.

반대로 중간 간부가 그 부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윗선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명령이나 지시를 합리적으로 차단하거나 팀원들을 보호하면서 부드러운 성품과 진취적인 일솜씨로 자발적인 결속과 존경을 불러일으킨다면 그 부서의 구성원들은 무서운 힘을 발휘해 업무능력이나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간 간부가 윗사람을 대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이 있다. 그것은 시간과 장소, 분위기를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윗사람이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할 때 그것이 비록 부당하거나 터무니없는 것이라도 많은 직원들이 보는 자리에서 즉시 항의하거나 대들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같이 화를 내거나 대들면서 맞장구를 치면 순간은 통쾌하고 용감한 사람으로 보일지 몰라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큰 법이다.

우선은 공손한 태도로 모든 것을 수긍하고 윗사람의 화를 가라앉힌 뒤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윗사람의 방을 방문해 진지한 설명과 함께 이해를 구한다면 구제불능의 막가는 사람이 아닌 이상 윗사람도 이해하고 흔쾌히 받아들여 사과할 것은 기분 좋게 사과하면서 부하인 그를 달리 보고 좋은 쪽으로 인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간 간부나 그 윗선의 사람들도 반드시 명심하고 지켜야 할 태도가 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쉬운 일이다. 직위가 어떠하든 간에 나무라거나 질책을 할 경우가 있다. 그때는 성급하게 모든 직원들이 보고 듣는 공개된 자리에서 나무라거나 꾸중을 하지 말아야 한다. 꾸중을 듣는 부하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다중 앞에서 구겨지는 자존심 때문에 반발과 원망의 감정이 격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조용히 자기 방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커피를 한잔하자며 아무도 보지 않는 옥상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차분하고 친근하게, 때로는 단호하고 짤막하게 나무라고 앞으로 잘할 것을 당부하면 된다. 반대로 칭찬은 큰 목소리로 공개적일수록 좋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첫인상도 중요하다. 부드러운 말과 친절하고 자상한 태도도 호감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데는 성급함보다 시간이 필요하며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력과 사려 깊은 혜안이 필요함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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